
“전통시장이 살아났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최근 언론에는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모여들어 줄 서는 핫한 시장 풍경이 자주 등장하지만, 전체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점포는 문을 닫고, 상인과 고객은 줄어드는데 매출 그래프만 우상향을 그리는 기이한 현상. 전문가들은 이를 ‘성장의 착시’라고 부른다. 한국 전통시장이 마주한 위기의 실체를 숫자로 짚었다.

16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간 전국 전통시장 수는 1401개에서 1403개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으나, 같은 기간 영업 점포 수는 18만1975개에서 16만8334로 1만3000개 이상 감소했다. 총시장상인 수도 32만5492명에서 22만1180명으로 줄었다.
시장을 찾는 하루 평균 고객 수 역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시장당 일평균 고객 수는 2020년 4723명에서 2024년 3703명으로, 20% 이상 급감했다.
이처럼 가게, 상인, 손님 모두 줄었음에도 역설적으로 매출은 오히려 늘었다. 시장당 일평균 매출액은 2020년 5732만원에서 2024년 7148만원으로 증가했다. 방문객 수는 줄었지만, 1인당 지출액(객단가)이 60% 가까이 뛴 셈이다.
겉으로 보면 시장이 고부가가치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의 해석은 다르다. 박승배 서울과학기술대 시각디자인전공 교수는 이를 ‘인플레이션 효과’로 일축했다. “요즘 만 원짜리 식사도 찾기 어려운 시대인 만큼, 물가 상승으로 결제 금액이 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온누리상품권이나 카드 사용 프로모션 등 정책적 요인이 더해지며, 일시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짚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장 내부의 양극화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패션디자인과 교수(유통연구소장)는 매출 증가의 배경을 ‘부익부 빈익빈’에서 찾았다. 조 교수는 “식당, 식자재 마트 등 먹거리 관련 점포는 매출이 늘지만, 나머지 점포는 쇠퇴하고 있다”며 “기존 점포들의 매출은 줄어드는 반면, 신규로 들어온 식음료 점포들이 평균 매출을 끌어올리는 통계적 착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 역시 “장사가 안되는 카테고리는 시장에서 빠지고, 잘되는 카테고리만 살아남아 통계에 잡히면서 수치가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 구조조정의 결과”라고 덧붙였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위기는 ‘미래 고객의 부재’다. 젊은 층이 전통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온라인에 비해 접근성과 목적성이 떨어지는 전통시장은, 특별한 계기나 콘텐츠가 없다면 젊은 세대의 일상 동선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조 교수는 이러한 흐름을 전통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오프라인 유통 전반의 구조적 침체로 진단했다. 조 교수는 “지금은 전통시장뿐 아니라 대형마트, 소매점까지 먹거리를 제외한 오프라인 전체가 온라인에 밀려 침체된 상황”이라며 “거래 경쟁력만 놓고 보면 전통시장이 온라인에 맞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 중심으로 전통시장을 되살리려는 정책은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대안은 전통시장의 역할 재정의다. 조 교수는 “전통시장은 본래 거래 중심의 장소라기보다 사람들이 모여 먹고, 보고, 즐기던 공간이었다”며 “해당 지역만의 특색과 접근성을 바탕으로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게 만드는 플랫폼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박 교수는 “전통적인 분위기와 레트로 감성은 살리되, 그 안에서 볼거리·먹거리·체험 요소를 결합해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게 만드는 집객 요소가 필요하다”며 “성수동이 낡은 공장을 재개발하지 않고 카페로 재해석해 젊은 층을 끌어들인 것처럼, 전통시장 역시 지역의 스토리와 특색을 입힌 콘텐츠로 변화하지 않으면 점차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