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1000억대 상속세 소송 승소…대법 “사망 직전 주식매각, 조세회피 의심”

입력 2026-02-0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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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당국, ‘가장매매’로 봐 과세…1·2심 패소
대법 “사법상 효력만 따진 원심 판단 미흡”…당국 패소 부분 파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뉴시스)

국세청이 거액 자산가와 벌인 1000억 원대 상속세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은 상속 전 이뤄진 주식매매계약이 사법상 유효하더라도, 외형상 조세회피 목적의 거래로 의심된다면 ‘실질과세원칙’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거액 자산가 A 씨 유족들이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 소송은 A 씨 유족들이 상속세를 신고한 후 서울지방국세청 세무조사와 감사원 감사를 거쳐 약 70억 원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받자 이에 반발하며 제기됐다. 유족들은 A 씨 사망 후 2016년 상속세 과세표준으로 2057억여 원으로 신고했고, 산출된 상속세는 1024억여 원이었다.

그러나 국세청은 A 씨가 사망 약 한 달 전 말레이시아 에너지 회사 J사 주식을 매각한 행위가 조세회피 목적의 가장매매에 해당한다고 보고 해당 주식도 상속재산에 포함시켰다. J사 주식을 매입한 회사가 조세회피처인 아프리카 세이셸공화국에 설립된 유족들의 페이퍼컴퍼니이고, A 씨가 매각 당시 병원에서 심정지 증상을 보이는 등 정상적인 계약 체결이 어려운 상태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1·2심은 매매계약의 사법상 효력을 인정해 유족들의 손을 들어줬다. 계약이 위조되지 않았고, A 씨의 인지 능력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이유였다. A 씨가 직접 병원 결제 서류에 서명하기도 한 점, 유족들이 페이퍼컴퍼니를 실질적으로 지배한 소유주라고 볼 증거가 없다는 점 등도 고려됐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이 실질과세원칙에 대한 판단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사법상 효력이 유지되더라도, 해당 거래가 실질적으로 조세회피 목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추가로 심리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가 단지 주식매매계약과 관련해 사법상 효력 유무를 다투는 취지로만 받아들였다”며 “사법상 효력이 유지된다고 했을 때 다음 수순으로 주식매매계약이 조세회피에 해당한다는 취지인지, 이에 따라 실질과세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인지 아무런 석명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A 씨가 입원 중 주식 매매를 해야 했던 이유, 조세회피 외 합리적 동기 존재 여부, 주식 가액 산정 경위 등에 대해서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이 실질과세원칙과 석명권 행사, 조세 소송의 증명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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