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34%는 총점의 ‘40% 이상’…평가 신뢰도 우려

고등학교에서 서·논술형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교사 10명 중 7명은 학생에게 기본점수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점수를 주는 경우 10명 중 3명 이상은 전체 점수의 40% 이상을 기본점수로 책정했다. 학생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평가하기 위해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는 가운데 과도한 기본점수가 평가의 변별력과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KICE)의 2025 이슈페이퍼 ‘서·논술형 평가에 대한 쟁점 및 요구 분석’에 따르면 고교 교사 중 70.1%는 수행평가의 서·논술형 평가에 기본점수를 부여한다고 답했다. 기본점수를 주지 않는다는 응답은 18.6%였다. 중학교 교사 역시 69.8%가 기본점수를 부여한다고 답했다.
기본점수의 수준도 상당했다. 기본점수를 부여한다고 답한 고교 교사 114명을 대상으로 전체 수행평가 점수에서 기본점수가 차지하는 비율을 조사한 결과 ‘40% 이상’이라는 응답이 34.2%로 가장 많았다. ‘30% 이상~40% 미만’도 23.7%였다. 이를 합하면 기본점수를 주는 고교 교사의 57.9%가 총점의 30% 이상을 기본점수로 책정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20% 이상~30% 미만’은 18.4%, ‘10% 이상~20% 미만’은 15.8%, ‘10% 미만’은 7.9%에 그쳤다. 중학교에서도 기본점수 비율을 40% 이상으로 설정했다는 응답이 40%로 가장 많았다.
평가원 연구진은 이 같은 기본점수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고 판단했다. 앞선 연구에서는 수행평가 기본점수로 최소 성취수준 미도달 학생 비율을 인위적으로 줄이는 것을 막기 위해 기본점수를 수행평가 총점의 10~20% 수준으로 설정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연구진은 이를 고려하면 현재 중·고교 서·논술형 수행평가의 기본점수 비율이 “다소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본점수는 고교학점제의 최소 성취수준 보장과 맞물려 평가 신뢰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연구진의 교사 심층면담에서는 서·논술형 수행평가가 최소 성취수준 미도달 학생 발생을 예방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나왔다. 학교 현장에서는 지필평가에서도 서·논술형 문항 때문에 최소 성취수준 미도달 학생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실제 서·논술형 평가는 이미 고교 내신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공통과목을 기준으로 고교 서·논술형 평가의 평균 반영 비율은 지필평가 25.1%, 수행평가 34.7%였다. 중학교 역시 지필평가 21.6%, 수행평가 33.7%로 수행평가에서 서·논술형 비중이 더 높았다.
문제는 서·논술형이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 문항이 학생의 사고력을 충분히 평가하지 못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고교 교사의 36.5%는 서·논술형 평가에 단답형이나 완성형 문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답했다. 평가원은 제한적인 답을 요구하는 단답형·완성형은 학생의 고차원적 사고력을 평가하려는 서·논술형 평가의 취지와 차이가 있다며, 평가 방식에 대한 교사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짚었다.
평가원은 서·논술형 평가 확대가 단순히 반영 비율을 높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상당히 높은 비율의 기본점수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이는 성취평가의 신뢰도 제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며 기본점수 설정 기준을 마련하고 지필·수행평가의 특성에 맞는 평가 방법과 피드백 지원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추천한 학생평가 중앙지원단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에는 고교 교사 190명과 중학교 교사 49명 등 총 239명이 참여했다. 연구진은 이와 별도로 중·고교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 교사 1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행했다.
한편,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위원회는 최근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서·논술형 문항을 도입하고 고교 내신의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는 방안을 중장기 대입 개편의 주요 쟁점으로 논의하고 있다. 서·논술형 평가가 수능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학교 내신에서 나타난 기본점수와 평가 신뢰도 문제가 향후 제도 설계 과정에서도 주요 과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