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법 개정 vs 새법 제정’…통상문제에 느슨해진 당정협력

여당이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 논의에 군불을 지피고 있지만, 진척은 더딘 양상이다. 미국 측 반발과 야당과의 불협화음이라는 난관에 부딪혀 입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정무위원회에서는 이달 중 전체회의나 소위원회 등을 열기 위한 여야 간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무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만나 의결하거나 논의할 법안들이 사전 조율에 어려움을 겪으며 상임위 공식 일정을 잡는 작업도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 정무위 계류 법안 중 하나는 온플법이다. 플랫폼 기업 시장 지배력 남용을 규제하자는 취지로 발의된 온플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플랫폼 기업과 입점 사업자 간 거래 관계를 규정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공정화법)’과 플랫폼 기업 불공정행위를 사전 차단하는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 및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독점규제법)’이다.
정무위가 심사 중인 공정화법과 독점규제법은 총 18개에 달한다. 온플법은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민주당이 입법 필요성을 주장해왔지만, 수면 위에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자율 규제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는 듯했지만, 2024년 ‘티메프 사태’가 벌어지자 지난 대선에서 여야 후보 모두가 온플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후 지난해 ‘쿠팡 대란’을 거치며 여당 내에서는 온플법 논의에 재차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해 말 여러 의원이 발의해 산재해있던 공정화법을 하나로 묶어 이정문 의원 대표 발의안으로 정리하기도 했다. 특히 여당은 야당 반발이 거셌던 ‘수수료 상한제’ 등 사전 규제 성격을 띠는 내용을 제외해 협상 여지를 열고자 했다.
실제 여야는 플랫폼 규제를 통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데에는 문제의식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법 제정’과 ‘기존 법 개정’이라는 입장 차는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다. 국민의힘은 현행 대규모유통업법과 공정거래법을 고쳐 규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이중 규제를 막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온·오프라인 경계가 희미해진 플랫폼 시장 변화에 맞춰 현실적으로 규제하려면 법체계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독점규제법은 미국이라는 변수에 가로막혀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온플법이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독과점을 겨냥한 규제라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한국에서 추진 중인 온플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성명을 냈다. 미 하원 세출위원회는 5일 ‘2026회계연도 예산안’ 부수보고서를 통해 “미국 기술 기업에 대한 차별 대우”라고 규정했다.
미국 측의 강경한 태도에 한국 정부 역시 온플법에 적극적으로 힘을 싣지 못하며 여당의 입법 동력은 더 약해지고 있다. 온플법에 한해서는 정부·여당 간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기는 어려운 국면인 셈이다. 정무위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쥐고 있는 점도 여당 차원에서 법제화를 밀어붙이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임기 내에는 사실상 온플법 통과가 불가능한 것 아니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며 “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새로 꾸려지기는 했지만, 6·3 지방선거 정국에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나면 상임위 법안 논의 속도는 더 느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