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협동조합, 실상은 ‘이익집단’…농협, 협동조합 정체성 되찾아야

입력 2026-01-10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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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본사 전경 (사진제공=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 본사 전경 (사진제공=농협중앙회)
농업인의 권익 향상을 위해 설립된 농업협동조합이 본래의 설립 취지를 잃고 소수 권력층과 임직원만을 위한 ‘이익 집단’으로 변질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감사 결과는 이러한 지적이 단순한 우려를 넘어 조직 전반에 뿌리 깊게 박힌 실태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농협이 협동조합의 본질을 잃었다고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주인인 농민이 배제된 제왕적 지배구조에 있다. 협동조합의 대원칙은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통제이지만, 현재의 농협은 중앙회장 한 명에게 인사와 예산, 감사권이 무소불위로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비상근 명예직인 회장이 실질적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며, 선거를 도운 공신들에게 자리를 나눠주는 보은 인사가 반복되는 동안 농민의 목소리는 철저히 소외되는 구조가 굳어졌다.

협동조합의 근간인 상호부조 정신이 ‘금권 정치’의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농협중앙회는 자원이 부족한 조합들을 돕기 위해 운용되는 막대한 규모의 무이자 자금을 회장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해 왔다. 이번 감사에서 중앙회 이사가 소속된 조합에 일반 조합보다 3.5배나 많은 자금을 몰아준 사실이 확인된 것은 농민을 위한 공적 자금이 사실상 ‘줄 세우기용 쌈짓돈’으로 쓰였음을 증명한다. 또한, 농협이 번 수익이 농민에게 환원되기보다 비대해진 관료 조직을 유지하고 임직원의 혜택을 채우는 데 먼저 쓰인다는 점 역시 정체성 상실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농가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도 임직원들이 명확한 근거 없는 성과급 파티를 벌이고 억대 연봉을 챙기는 행태는 협동조합의 목적이 조합원이 아닌 조직 자체의 안위에 매몰됐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부패를 막아야 할 내부 통제 시스템은 폐쇄적인 운영 탓에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투명한 경영이 생명인 협동조합임에도 불구하고, 농협은 외부 감시를 자율성 침해라며 방어하는 동시에 인사위원회를 내부인으로만 구성해 성 비위나 배임 등 중대 범죄를 솜방망이 처벌로 덮어버리는 폐쇄성을 보여왔다. 주인인 농민조차 자금의 세부 집행 내역을 알기 어려운 깜깜히 경영이 지속하면서 조직은 점점 더 거대 이익 집단화돼 가고 있다.

아울러 농산물 유통이라는 본연의 역할보다 금융 사업을 통한 이자 장사에 치중하며 손쉬운 수익 구조에 안주하는 모습은 농협이 왜 농민들로부터 외면받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농협이 농민이라는 뿌리를 잊고 괴물 같은 관료 조직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중앙회장의 권한 축소와 자금 지원의 투명성을 골자로 한 고강도 농협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잃어버린 협동조합의 정체성이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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