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여행을 떠나기 딱 좋은 계절이지만 심상찮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일본, 대만, 필리핀 등 곳곳이 말 그대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규모 5가 넘는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긴장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최근 지진이 발생한 국가들 사이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른바 '불의 고리(Ring of Fire)'라고 불리는 지역에 속해 있다는 건데요. 이곳은 지질학적으로 지구에서 가장 불안정하고 약한 지역이라는 평가도 듣고 있죠.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여행객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퍼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우연일지, 혹은 거대한 움직임의 신호일지 여러 추측까지 오가고 있는데요. 한반도는 안전지대일까요?

최근 한 달새 세계 곳곳에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우선 지난달 19일에는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 인근 해역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는데요. 진앙은 북위 53.38도, 동경 159.92도, 진원의 깊이는 123㎞였죠. 당시 인근 지역 폐쇄회로(CC)TV 영상 등을 보면 집 내부가 심하게 흔들리면서 컵이 떨어지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캄차카반도 바다에서는 7월에도 8.8 규모의 강진이 일어나 인근 지역에 비상사태가 선포, 쓰나미 경보가 발령된 바 있는데요. 이후에도 대규모 지진이 수차례 보고됐습니다. 이달 9일에도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필리핀에서도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30일 세부섬 북부의 해안도시 보고시티에서 규모 6.9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74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진 발생 이튿날에도 여진이 뒤따랐습니다. 이달 10일에는 민다나오섬 동부 연간에서는 규모 7.4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이 지역뿐 아니라 인근 지역 국가까지 쓰나미 경보를 발령했죠. 민다나오 지역은 지진으로 도로가 붕괴되거나 대규모 정전, 통신장애 사태까지 겪었습니다. 여기에 13일에도 세부 인근 해역에서 규모 5.8 지진이 추가로 발생했습니다.
민다나오섬 인근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 25분 뒤, 파푸아뉴기니 마당 북동쪽 338㎞ 해역에서도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지진 발생 깊이는 10㎞였죠.
대만에서도 흔들림이 감지됐는데요. 8일 화롄 지역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한 여행객은 여행 전문 카페에 "자는데 건물이 상당히 흔들려서 놀랐다. 외국인들이 방에서 뛰쳐나오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전해 눈길을 끌었고요. 같은 날 일본 가고시마현 남남서쪽 291㎞ 해역에서도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10일에는 칠레 푼타아레나스 남남동쪽 964㎞ 해역에서도 미국 지질조사국(USGS) 측정 규모 7.6의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최근 곳곳에서 발생한 강진과 관련해서는 '불의 고리'가 언급됩니다.
일본, 대만,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등 최근 지진이 집중된 지역은 모두 이 불의 고리 위에 놓여 있는데요. 불의 고리는 태평양을 둥글게 감싸고 있는 환태평양 조산대를 말합니다. 뉴질랜드 북쪽에서 시작해 인도네시아·필리핀·일본을 거쳐 알래스카와 남미 서해안까지 이어지는데요. 길이만 약 4만㎞에 달하죠.
이 지대에 놓인 대륙판들이 이동하고 서로 충돌, 마찰하는 과정에서 판이 판 아래로 밀려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을 섭입이라고 부르죠. 지각이 갈라지며 압력이 해소되고, 판의 움직임에 따라 축적된 응력이 한순간이 터져 나올 때 화산 활동이 이뤄지거나 지진이 발생합니다. 실로 불의 고리 지역은 전 세계 화산 75%와 지진의 약 90%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불의 고리에 위치한 대표적인 나라가 필리핀인데요.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필리핀에서는 지진이 연평균 826차례 발생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의 고리 곳곳에서 발생한 지진이 오랜 시간 쌓여온 에너지가 시기상 비슷한 시기에 방출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분석합니다. 서로 연결된 판들이 한동안 눌러 왔던 응력을 순차적으로 해소하고 있다는 건데요. 이 주기가 짧아졌다는 우려도 나온 바 있죠.
앞서 궈카이원 전 지진예측센터장은 8월 대만 인근 해역에서 규모 6.0의 지진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최근 동남아와 환태평양 지역 등의 지진 발생 상황을 볼 때 전 세계적으로 지진 활동기에 진입했으며 앞으로 강진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당시 궈 전 센터장은 3월 말 미얀마에서 규모 7.7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7월 말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에 규모 8.8 강진이 나타났고 여진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면서 대만에서 발생한 규모 6.0의 지진도 이와 연결 지어 설명했는데요. 대만에서는 평균적으로 규모 6.0 이상의 지진이 1년에 2.5∼3차례 발생했지만, 최근 5년간의 기록을 살펴보면 규모 6.0 이상의 지진 발생 횟수가 확실히 이전보다 많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으로 미뤄볼 때 전 세계적으로 지진 활동기에 이미 진입한 것으로 판단되며 앞으로 규모 8.0 이상의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면서 주의를 당부했죠.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한반도는 불의 고리에 직접 놓여 있지는 않습니다.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섭입하는 구조에서도 벗어나 있기 때문에 큰 지진이 잦지 않고, 일본 열도가 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해일 에너지를 막는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하면서 쓰나미 피해도 제한적입니다.
그러나 대형 지진과 무관하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불의 고리 인근에서 판이 크게 요동치면 그 여파가 인접 지역으로 전달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가, 지질 환경에도 변화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죠.
추석 연휴였던 8일에는 충북 옥천군 인근에서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는데요. 지역별 최대 계기진도는 충북은 4, 경북·대전·전북·충남은 3, 경남·세종은 2로 나타났습니다. 참고로 계기진도 4는 '실내에선 다수가 느끼고,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리는 정도의 진동'을 말합니다. 3은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은 현저히 느끼고 정차한 차가 약간 흔들리는 정도', 2는 '건물 위층이나 조용한 곳에 있는 소수만 느끼는 정도'의 진동이 해당하죠. 소방당국에도 흔들림이 있었다는 신고가 수십 건 접수됐습니다.
쓰나미가 영향을 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어업이나 항만 활동이 활발한 동해안 지역은 이런 파동에 취약해 주의해야 하죠.
지진이 잦아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현실적인 대비가 중요합니다.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노후 건물이나 해안 인근 지역에 대한 점검, 그리고 재난 경보 시스템의 실효성 확보는 기본인데요. 과도한 공포심보다는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