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절약하고 경영에 더 전념 가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기업들이 실적 보고서를 분기별로 제출하는 대신 반기별로 내놓자는 파격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CNBC·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중국은 50~100년의 시야로 기업 경영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분기 단위로 한다”면서 “이게 좋을 리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분기별 실적 공시 의무가 단기적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를 폐지하면 기업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경영진은 더 잘 회사 운영에 전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상장기업 공시를 관할하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CNBC에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SEC는 1970년부터 기업들에 분기별 실적 보고서를 의무화해왔다. 다만 전망치 제공은 자율이다. 분기에서 반기로의 전환은 의회 승인 없이 SEC 내부 과반수 표결만으로도 가능하다.
미 투자은행 TD카우엔의 재러드 세이버그는 “SEC가 규정 개정에 나설 가능성은 있지만, 쉽지 않다”면서 “규정안 제안은 빨라도 2026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1기 재임 시절인 2018년에도 세계적 식음료 기업인 펩시코의 당시 최고경영자(CEO) 인드라 누이의 제안을 수용해 이 같은 주장을 펼치며, SEC에 검토를 지시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아무런 권고안이 나오지 않았다.
분기 보고가 시장과 상장기업의 단기주의를 조장한다는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분기 결산 발표 때마다 주가가 급등락하며, 미국 경영자들은 단기 주가 부양을 위한 조치에 치우칠 동기가 있다는 시각이다.
공론화도 이뤄졌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과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2018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분기 실적 전망은 단기 수익에만 매몰되게 하고 장기적 전략, 성장, 지속 가능성을 해친다”면서 분기별 실적 가이던스(전망치)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분기 보고 자체는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만약 변경이 이뤄진다면 투자자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닛케이는 “법규 준수 비용을 낮추고 미국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지만, 중요한 정보 공개의 후퇴가 오히려 미국 시장의 강점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중국에 대한 발언과 달리, 중국 기업들도 미국과 유사하거나 더 엄격한 보고 의무를 지닌다고 짚었다. 중국 기업은 분기ㆍ반기ㆍ연간 보고서를 모두 제출해야 하며,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이 반기별 보고만 제출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제안은 오히려 영국과 유럽연합(EU) 방식과 비슷하다. 이들 지역은 반기 보고를 의무화하되, 원한다면 분기 보고도 가능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트럼프의 주장은 유럽 기업에 비해 공시 비용이 무거운 미국 기업이 경쟁에서 불리해진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 기업은 단순 비교가 어렵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B. 라일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아트 호건 수석 전략가는 “유럽 시장에 시가총액 1조 달러 기업이 몇이나 있습니까? 매출이 연 60%씩 성장하거나, 매출총이익률이 50%가 넘는 기업이 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투자자에게는 적은 정보보다 많은 정보가 더 낫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백지에 장단점을 정리해 보면 분기 보고의 장점이 훨씬 크다”며 “6개월이나 기다려야 공식 결과가 나온다면 이익보다 혼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 기업들도 글로벌 투자자의 요구로 대부분 분기 공시를 유지하고 있다.
분기에서 반기로 실적 보고 횟수가 축소되면 미국 증시의 유동성과 매력이 줄어들 가능성도 나온다. 장기 투자자뿐 아니라 단기 관점에서 매매하는 투자자도 존재하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기업 친화적’ 태도를 앞세어 단기 투자자를 위축시킨다면, 이는 유동성 저하로 이어져 미국 시장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다.
더군다나 트럼프 행정부가 도입한 관세가 기업 경영을 흔드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실적 공시는 원활한 주가 형성에 필수라는 시각이 많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