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일 오전 8시.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민원동 앞은 고요했다. 전날까지 이곳은 이례적으로 혼잡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소위 '장애인 권리예산' 보장을 요구하며 26~27일 이틀간 시위를 벌여서다. 전장연은 기획재정부로부터 관련 예산을 재검토하겠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시위를 끝냈지만 그들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 있었다.
이날 현장에는 중년의 여성 환경실무원(정부청사에서 미화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직 근로자)이 청소도구를 사용해 전장연이 시위 기간 민원동 외벽, 출입문 등에 부착한 스티커를 닦아내고 있었다. 스티커에는 전장연이 기재부를 상대로 시위를 벌인 배경인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전원 인건비 보장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예산 등 '장애인 권리예산'을 보장하라는 요구사항이 적혀 있었다.
구체적으로 '차별없는 지원강화 예산 보장하라!', '예산없이 권리없다!' '장애인도 시민으로 이동하는 민주주의!' 등의 내용이다.
기재부와 행정안전부로 연결되는 민원동 출입구 곳곳에는 전장연 회원들이 매직으로 쓴 '구윤철(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나와라', 장애인 권리보장 약속할 때까지 안 간다'는 글귀도 보였다. '구윤철 장관 모르면 나와서 대화해라, 용역깡패로 권리 외침 막지 말고'라는 근거가 미약한 주장도 있었다.

업무 시작시간이 가까워지자 기재부 혹은 행안부 소속 공무원들이 삼삼오오 민원동에 들어섰다. 한 직원은 훼손된 민원동 입구 상태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지으며 동료에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민원동에서 본지와 만난 한 공무원은 "이분들(전장연)이 어려운 입장인 것은 알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의 시위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민원동에 더 많은 직원이 다가설 무렵 전장연이 남긴 흔적을 정리하던 환경실무원은 조용히 자리를 떴다.
환경실무원을 관리하는 행안부 청사관리본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원동 층별로 배정된 환경실무원 업무시간에 맞춰 공동 청소할 계획"이라며 "스티커와 매직 등은 우리가 가진 청소자재로 자체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청사만 그런 게 아니라 전국적으로 시위하는 방법이 조금은 개선됐으면 한다"면서 "나름대로 직원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장연 관계자는 본지에 "그렇게라도 장애인 권리에 대한 이야기를 기재부에 전달하고자 했던 것"이라며 "우리가 '장애인 권리 스티커'라고 명명한 스티커 행동은 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시민으로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감옥같은 시설이 아니라 지역에서 함께 살아갈 시민 권리를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추가적인 집회 시 이러한 '스티커 행동'을 지속하겠냐는 물음에는 "그것은 장애인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에둘러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