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원배 씨는 올해 71세의 나이에도 건설업 현장에서 활발하게 일하고 있다. 70대를 넘긴 나이지만, 현장의 인력이 부족해 기술자인 김 씨를 찾는 곳이 적지 않아서다. 몇 년 전만 해도 60대만 돼도 현장에서 선호하지 않았지만, 최근 전반적으로 인력이 고령화하면서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는 게 김 씨의 설명이다.
19일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6월 기준 건설업취업자 기능인력 평균 연령은 51.8세로 전년 동월(51.3세)보다 0.5세 높아졌다. 전체 기능인력 중 60대 이상 비중은 28.1%로 나타났고 단순노무종사자로 좁히면 32.3%로 더 늘었다.
20~30대의 경우 건설업에 종사하더라도 현장보다는 사무 또는 서비스 종사자 비중이 높았다. 단순노무종사자의 경우 20~30대는 전체의 16.7%에 불과했지만 40대 이상은 83.2%로 집계돼 현장의 고령화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 보고서에서도 비슷한 흐름을 포착할 수 있다. 지난달 발간한 ‘건설 현장 기술 인력 확보 전략 및 실행과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건설 관련 기사 자격 취득자 중 40대 이상의 비중은 13%에서 41%로 28%포인트(p) 상승했다. 2004년 37.5세였던 건설기술인의 평균 연령은 지난해 6월 기준 51.4세로 평균 13.9세 증가했다.
문제는 건설업 종사자의 청년층 진입이 줄어들고 고령화가 될수록 안전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건설업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건설업에서 업무상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061명이었는데, 이 중 60세 이상이 900명으로 전체의 43.7%에 달했다. 50세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78.5%(1619명)에 달한다.
건설업 외 산업에서도 인력 고령화가 진행 중인데, 심각성은 중소기업에서 더 두드러진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고령자(50세 이상) 비중은 지난해 기준 48.6%로 10년 전인 2014년(38%) 대비 12.5%p 증가했다. 대기업(26.4%) 대비 22.2%p 높은 수준이다.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종사자 평균 연령이 더 높아진다. KDB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5~9인 규모 기업의 평균 연령은 45.2세로 △10~29인 규모 45.3세 △300~499인 규모 41.3세 △500인 규모 40.1세보다 높다.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 제조업 현장은 더 심각하다. 충남에서 제조업을 운영하는 A 중소기업 대표는 “총 인력 30명 중 50세 이상이 약 70%”라며 “인구 감소 속에 대학진학률이 75%에 달하는 상황에서 열악하고 고되다는 느끼는 지방 중소기업 현장을 찾는 청년은 없을 것”이라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었다.
경기도에서 건설업을 영위하는 B 중소기업 대표 역시 “청년층은 힘들고, 불안하고, 안정적이지 못한 일을 찾지 않는다. 현장에 허리층이 없다"고 토로했다. 고령에 편중된 산업 현장에선 생산성이 저하되고, 피로도가 빠르게 높아지지만 이를 해결할 뾰족수는 사실상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처럼 고령화를 막을 수 없다면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앞서 초고령사회를 겪은 일본의 사례가 언급된다. 일본의 경우 건설업 신규 진입 근로자가 감소하자 2016년 스마트 건설 활성화 정책(i-Construction)을 도입했다. 정부 토목 공사를 대상으로 고위험 현장에 자동화·무인화로 대체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2040년까지 건설 현장 투입 인력을 30% 감축하고, ‘건설 현장 완전 자동화’를 이룬다는 목표다.
청년층 건설ㆍ제조업 유입 활성화를 위해 견습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국가도 있다. 미국은 2017년 6월 현장 실습을 하면서 임금을 받는 견습 프로그램 확대를 추진했고, 일본의 후생노동성도 사업주에게 현장훈련(OJT) 실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