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주거 안정'을 향한 후보군의 설계도가 베일을 벗고 있다. 이번 선거의 승부처는 단연 '공급'이다. 현역 오세훈 서울시장이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앞세운 민간 주도 정비사업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두터운 후보군은 공공이 직접 핸들을 잡는 '공공 주도 대량 공급'과 '행정 혁신'으로 반격에 나서는 모양새다.
25일 서울시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오 시장은 2021년 당선 이후 줄곧 추진해 온 신속통합기획·모아타운 등 '공공 지원·민간 주도' 정비사업의 성과를 전면에 내세울 방침이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그간 추진해온 주택 정책들이 이제 막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음에도 정작 시민들이 체감하는 정보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새로운 공약을 추가하기보다는 검증된 정책의 효능감을 부각하고 이를 현장에 안착시키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부터 정비사업지를 직접 돌며 '민간 활성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역설해 왔다. 지난해 9월 발표한 '신속통합기획 2.0'이 대표적이다. 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해 2031년까지 한강벨트 19만 8000가구를 포함해 총 31만 가구를 착공하겠다는 구상이다. 19일 신림7구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그는 "집값 상승 우려가 낮은 노후 주거지까지 일률적인 규제로 묶어 정비사업이 정체되는 현상은 개선돼야 한다"며 규제 완화를 통한 주택 공급 의지를 재확인했다.

여권인 더불어민주당은 셈법이 다소 복잡한 모습이다. 현 정부와 정책적 보조를 맞추면서 '오세훈 시정'과도 날카롭게 각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박주민·박홍근·서영교 의원과 같이 도전장을 던진 주자들을 비롯해 출마가 유력시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은 현 정부 기조에 맞춰 '공공 주도' 공급론을 공통분모로 삼고 있다. 황희 민주당 서울시당 지선기획단장은 6일 정책 간담회에서 "토지의 공공성, 건물의 시장성, 주거의 안정성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며 공공부지 확대를 강조했다. 다만 중도층 표심을 고려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나 조건부 2주택 보유세 완화 등 유연한 정책 변화 가능성도 열어두는 분위기다.
박홍근 의원은 '체인지 서울' 비전을 통해 용산공원과 용산정비창 일대를 전략적 주거 거점으로 활용, 도심 공공주택 15만 호를 단계적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신규 물량의 70% 이상을 신혼부부와 청년에게 우선 배정하고 다자녀 가구에는 민간 재건축 인센티브로 확보된 물량을 활용한 지분적립형 방식을 적용해 내 집 마련의 문턱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1000세대 이하 사업의 인허가권을 각 구청으로 이관해 행정 병목을 해소하는 행정 이양안도 내놨다.
박주민 의원은 '강북 대약진'에 사활을 걸었다. 현대차 GBC 등 강남 대규모 개발에서 발생하는 공공기여금을 강북에 수혈하는 '교차 투자제도'와 1조 원 규모의 시민 펀드를 통해 총 3조 원 이상의 재원을 강북에 집중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주거 측면에서는 노후 주민센터 등 서울 내 600여 개 공공부지를 활용해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50만 원 수준의 '반값 투룸 청년주택' 연간 1만 호를 공급하고 초기 진입 장벽을 낮춘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연간 3만 호씩 선보여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영교 의원은 공공과 민간을 총동원해 약 3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는 '주거 공급 패스트트랙'을 제안했다. 주택 공급을 가로막는 행정 절차를 시원하게 뚫어 12개월 인허가 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서 의원은 15일 "청년에게는 직주근접한 역세권 중심의 기회 주택을, 중장년·무주택가구에는 지분적립형 주택을 확대해 '전·월세에서 내 집으로' 가는 사다리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3선 구청장 출신인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현장의 실용적 해법을 강조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규제 해제보다는 용적률 상향의 대가로 아파트를 직접 기부채납 받아 저렴하게 공급하는 상향식 모델을 내세웠다. 특히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한 수요 관리와 소규모 정비사업 심의 권한의 구청 이관을 통해 재개발 시작 후 공급까지의 기간을 10년 이내로 단축하겠다는 복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