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주택 공급을 공공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부적절하다고 평가한다. 속도감 있는 주택 공급 확대는 누구 하나의 주도가 아니라 민·관이 함께 해야만 가능하고 민간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과감하고 전폭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효과적이란 것이다.
21일 본지의 취재를 종합하면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이 주택 공급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방향은 잘못됐다는 시각이 강하다.
주택 공급은 공공과 민간 어느 한쪽의 힘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데다 각자의 역할이 달라 조화를 이뤄야만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공공과 민간 중 한편의 강한 힘이 끌고 나가다 보면 공급의 균형이 무너지고 꼬일 수밖에 없다"며 "함께 해야 할 일인데 누가 주도한다는 개념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민간 주도로 하겠다고 했으나 공급을 늘리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 정부에서 공공이 주체라고 강조하는 것도 불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정부가 공공 주도로 하겠다는 것은 구체적인 게 나와야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재건축·재개발을 공공이 주도하게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만약 맡는다고 해도 제대로 흘러가기도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공공은 주도하기보다 관리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민간의 빈틈을 메우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윤 랩장은 "민간은 수익을 추구하다 보니 효율성이 높지만 가격이 비싸질 가능성이 있는데 정부는 이 부분을 견제하면서 사업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대신 수익성이 너무 낮아 민간이 참여를 꺼리는 곳은 공공이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상호 보완적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사업성 확보'가 꼽힌다. 최 교수는 "공급을 늘린다면서 민간 업체의 이익이 커지는 게 싫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민간 정비사업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업성이 높아지면 공급이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재건축·재개발의 용적률을 대폭 확대를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고 공급 물량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했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억지로 하게 만들 수는 없다"며 "결국에는 사업성이 좋아야 한다"고 했다.
공사비 지원과 대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부담이 줄면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도권 등 공급이 급한 지역에 한해 한시적으로라도 기금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면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건축·재개발은 '6·27대책'에서 예외를 인정해 6억 원 초과 대출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활성화됐던 '뉴스테이' 같은 사업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만 충분하다면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을 빠르게 늘려 공공성을 달성하는 동시에 건설사들은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제시한 임기 내 250만 가구 공급 목표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정책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수요자의 불안감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준공 현황에 따르면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에 연평균 역 43만 가구가 공급됐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는 50만 가구 이상이 준공됐고 특히 2018년은 62만 가구가 넘었다. 이런 수치만 놓고 보면 연 50만 가구 공급이 가능해 보이지만 지금은 쉽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윤 랩장은 "예전과 비교해 공사비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아파트 위주로 짓다 보니 공사 기간이 길어졌다"며 "정비사업 비중이 높아 순증하는 주택 수도 적기 때문에 연 50만 가구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아파트보다 빨리 준공할 수 있는 서울 인접 지역의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서울시의 모아주택 사업을 인천·경기권으로도 확대하자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