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형 칼럼] 약속은 지키고 성과 보여야 할 때다

입력 2025-06-1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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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형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ㆍ공법학

분열된 민심 되돌리는 비책은 없어
공약이행은 진정성과 정직의 문제
절체절명 심정으로 실용정치 펴길

현실은 냉엄하다. 보수는 졌고 민심은 갈라졌다. 황금분할의 지혜? 대통합의 메시지? 국민의 표심은 극단적 분열과 증오였다. 이 엄연한 사실을 오도해서는 안된다. 자연이 자비를 모르듯 유권자들도 인자하지 않다.

국민 분열, 이것은 이재명 정부가 마주한 위기 그 자체이다. 이 지경으로 고작 5년 임기 동안 그 깊은 갈등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극심하게 분열된 민심을 되돌릴 비방(秘方)이나 묘책은 없다. 그래도 가장 믿을 수 있는 방법은 약속을 지키고 성과를 보이는 것밖에 없다. 그마저도 궁극의 해법은 아니지만, 마땅히 더 나은 대안도 없다.

유능한 민주정부니 실용정부니 이재명 정부에 대한 축복 주문이 나온다. 시장-도지사, 다수당 대표 등을 맡아 실적을 올렸다거나 드디어 경제와 증권시장을 아는 대통령이 나왔다고 한다. 사실 변방의 황야, 바닥에서 분투를 거듭하여 정권을 잡은 것도 남다른 능력과 재주다. 그러나 지금 대통령직은 전혀 다르고 상황은 훨씬 험난하다. 자기 교회 성가대에 설교하는 일도 아니고, 또 충혈된 눈을 부라리며 서로 드잡이를 하는 사람들을 앞에 두고 그리 할 일이 없냐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절대 가벼이 여겨서도 외면해서도 안된다.

성남시장 시절 이 대통령과 지역 TV토론에서 마주한 적이 있다. 지금은 모범사례로 꼽히는 분당수서로 소음문제 해결을 위한 지하화·공원화 공약 이행을 거론하자 그는 경쟁후보 중 그 공약 안 한 분 있는가 반문하며 슬쩍 피해 가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정치인은 자신이 내세운 공약만은 지켜야 하지 않느냐고 지적하자 “지켜야겠지요”라며 수긍했다. 공약이라고 다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실용주의 자체가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대선 공약을 보면 과연 이 모든 걸 다 실천할 수 있을까 의심이 가시지 않는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 말 바꾸지는 않을까, 대통령과 정부의 신뢰성 문제이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밝힌 것은 당선된 대통령의 공약이면서 목표 설정이기도 하다. 목표와 실행 사이의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국내총생산(GDP) 3% 성장이 어디 쉬운 일인가. 공정성장은 또 어떤가. ‘결국 국민이 합니다’, ‘진짜 대한민국’ 같은 것은 추상포괄적 캐치프레이즈라 치겠지만, 기회·자원 불평등 심화, 격차·양극화와 성장 저해의 악순환 극복이란 목표는 과연 실행 가능할까. 무얼로 그 성공 여부와 성과를 잴 것인가. 그저 ‘누구나 다 하는 정치 수사일 뿐’이라고, ‘언제 내가 실행 가능하다 했는가’, 다시 또 그렇게 피해 갈 건가. 공약과 목표는 100%의 문제가 아니다. 진정성과 헌신, 그리고 정직과 책임의 문제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떻게 노력할 건지 밝히고, 달성하지 못했다면 왜 그랬는지 진솔히 해명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가 할 일이다. ‘나도 잘 알지만 정치가 어디 그리 쉬운가’라는 식으로 곤경을 모면하려 한다면 국민은 ‘속았수다’가 아니라 ‘속았다’고 느낄 테고 더 이상 기대할 건 없다며 격노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의회지배에 더해 대통령·행정부마저 장악했다. 우여곡절 사법리스크란 것도 일단은 미뤄졌다. 계엄·내란 세력 척결과 사법개혁을 밀어붙이면 유례없는 총체적·전면적인 슈퍼 정권이 완성된다. 이젠 더 이상 야당탓 남탓 핑계 댈 여지조차 없어졌다. 오롯이 정부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물론 오만과 독선, 안일, 집단사고, 편의주의가 독이 될 수 있다. 자기제어·교정 장치가 고장나거나 내부 갈등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다. 그래서 절제와 조절을 주문한다. 통합과 열린 정치, 외교안보 기조의 지속성, 안정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하지만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내라면서 진보의 코뚜레를 채울 필요는 없다. 능력을 보여라, 성과를 내라 하려면 먼저 기회를 주는 게 온당하다.

이재명 정부는 기회는 여러 번 오지 않는다는 절박함으로 주저앉은 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엊그제 재계인사들을 만나 “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라며 안심마사지를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편치 않다. 절체절명 위기, 9회 말 구원등판헀다는 심정으로 그야말로 실용의 정치로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한다. 국민 분열을 누그러뜨리려면 결국 약속을 지키고 성과로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구원등판한 CEO(최고경영자)는 언제든 교체할 수 있다는 교훈은 이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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