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5월 출범한 보험개혁회의는 보험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목표로 한 대대적인 논의의 장이었다. '덮고 지나가는 것 없이 모든 것을 이슈화'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신뢰회복과 혁신을 향해 10개월간 진행됐다. 출범 전까지만 해도 공론화조차 어려웠던 민감한 주제들이 가감 없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고, 이를 통해 보험산업의 투명성과 건전성 확보라는 본질적 과제가 해결되리라는 기대도 컸다. 총 130여 명이 실무반으로 참여해 총 101회에 걸쳐 회의를 했고 그 결과 78개 과제 중 74개의 개선방안이 마련됐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업계와 소비자, 당국 간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열띤 회의와 토론 끝에 결국 해결 방안을 도출했고 일부 과제는 시행에 돌입하면서 현실화되고 있다. 보험개혁회의는 갈등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해답을 찾아 나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보험업계에 문제가 많다며 자조하던 관계자들도 이번엔 다르다며 손을 모으고 회의 결과를 기다릴 정도였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은 멀다. 시행 중인 과제는 23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51개 과제는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거나 제도 연착륙을 위한 모니터링이 지속돼야 하는 상황이다.
개혁은 시작보다 '지속'이 중요하다. 제도는 만들어졌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작동해야 그 의미가 있다. 특히 최근 이뤄진 설계사 보수 체계 개선이나 새로운 실손의료보험 출시는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당국의 꼼꼼한 후속 관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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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계제도 안착도 시급한 과제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새 지급여력제도(K-ICSㆍ킥스)가 도입되고 보험사의 자산 건전성이 도마 위에 올랐고 시장은 혼란을 겪었다. 여기에 더해 맞춤형 상품개발을 위한 데이터 활용 활성화나 다양한 플레이어의 진출을 위한 소액 단기보험사 활성화 등도 개혁의 신호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정권 교체로 인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 방향이 뒤집히는 일이 반복돼왔고 금융제도 역시 예외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산업이 가진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는 점을 잊지말아야한다. 새 정부가 기존 개혁 과제를 계승하지 않고 백지화하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마지막 보험개혁회의에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보험개혁은 국민이 체감해야만 완료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고 보험업계의 위기를 타파해 모든 국민이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변화를 안겨주길 바란다.
보험개혁은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수 없다. 시대의 변화에 맞춰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수정해 나가야 한다. 보험개혁은 선택의 문제도 아니다. 국민 삶과도 직결된 과제인 만큼 새 정부는 책임 있는 자세로 바통을 이어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