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사회는 불공정에 민감하다. 입시와 취업, 스포츠 분야 등이 대표적이다. e-스포츠로 불리는 온라인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유통되는 이른바 ‘핵’이라 불리는 게임 해킹 프로그램이 그 사례다.
핵 프로그램이란 게임의 정상적인 규칙과 구조를 우회하거나 변조해 이용자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클라이언트의 메모리 값을 직접 조작해 공격력·이동속도·체력 등을 비정상적으로 높이는 방식부터, 네트워크 패킷을 분석·변조해 서버로 전달되는 데이터를 조작하거나 서버의 검증 절차를 우회하는 기술까지 그 형태도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핵 프로그램을 유통하는 행위는 단순한 ‘꼼수’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게임물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할 목적으로 게임물 관련 사업자가 제공 또는 승인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배포하거나 배포할 목적으로 제작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나아가 핵 프로그램이 정보통신시스템이나 데이터, 프로그램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거나 그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보다 무거운 처벌이 가능하다.
다만 핵 프로그램의 모든 유형이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일명 ‘비침투형 에임봇’은 게임 프로세스의 메모리나 코드에 직접 접근하거나 이를 변조하지 않는다. 화면에 출력된 영상 정보를 입력값으로 삼아 운영체제(OS)를 통해 마우스 이동이나 클릭을 자동으로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대법원은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해 서버나 게임 데이터, 프로그램 자체를 변경시키지 않아, 정보통신망법상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대법원 2019도2862 판결). 결국 클라이언트 메모리에 저장된 데이터를 변경하거나 서버와 주고받은 패킷 정보를 조작·지연시키는 등 시스템이나 데이터를 교란하는지에 따라 정보통신망법 위반 성립 여부가 갈리게 된다.
기술적으로 모든 게임은 핵 개발이 가능하다. 반면 게임사들이 이를 감지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어서 핵은 오히려 더욱 정교해지고 확산하는 추세다. 유통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기도 하다.
문제는 핵 프로그램으로 인한 피해가 이용자 간 불공정 경쟁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게임 개발사들은 핵 탐지 시스템 고도화, 실시간 모니터링 인력 확충, 소송 대응 등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핵 개발사의 악의적 공격으로 오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한 게임의 존폐 자체가 위협받는 사례도 있다.
핵 프로그램은 단순한 ‘편법’이 아니라 게임 산업의 발전과 지속가능성을 잠식하는 구조적 문제다. 대응 체계 전반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움]
법무법인(유한) 원 미디어·엔터테인먼트팀은 영화, 방송, 공연, 매니지먼트, 웹툰, 출판, 캐릭터 등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자문과 소송을 수행해 왔다. 콘텐츠 산업에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풍부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의 입장에서 최적의 법률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2023년과 2024년 ABLJ(Asia Business Law Journal)이 선정한 ‘한국 최고 로펌’에 2년 연속 이름을 올리며 엔터테인먼트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