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O·시밀러 분리 선언한 삼성바이오, ‘글로벌 톱 바이오’ 승부수

(그래픽=손미경 기자 sssmk@)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분리해 글로벌 톱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단순·인적분할 방식으로 신설 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하고,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각각 독립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각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끌어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2일 ‘인적분할 관련 온라인 설명회’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과 김형준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이 참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하고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완전히 분리한다고 밝혔다. 이번 분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사업에 집중하고, 지주회사로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향후 신설될 바이오 관련 자회사를 편입할 계획이다.

회사가 인적분할을 추진한 것은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혼재돼 발생한 고객사의 잠재적 우려를 해소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유 부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사업과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일부 고객사에 혼재돼 보여 시밀러 사업이 고객사 제품과 경쟁한다고 오인받아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는 사업 리스크로 판단됐고, 특히 최근 미국 규제와 약가 인하 등 급변하는 환경에서 CDMO 사업의 지속 성장을 위해 근본적인 이해 상충 문제 해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설되는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자회사로 편입 예정인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신규 법인을 관리·지원하고 바이오 산업 관련 신사업 기획, 인수합병(M&A), 신규 투자 등을 주요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대표이사는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가 겸임할 예정이다.

김 부사장은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자회사에 대한 경영 지원과 경영자문·컨설팅, 신기술 및 창업 관련 국내외 기업 투자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또한 자회사로부터 배당 수익 등 다양한 재원을 기반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설되는 자회사는 바이오기술 플랫폼 개발에 집중할 예정이다. 자회사 추가 신설과 관련해서는 향후 M&A 등을 통해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기술 개발이 필요한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어 시장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관련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설 자회사는 미래 성장을 위한 바이오 기술 플랫폼 개발을 핵심과제로 삼을 계획이다.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면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상장에 대해서는 “당장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는 바이오 CDMO와 시밀러 사업을 분리하면서 각 사업의 특성과 전략에 맞춘 독립적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이를 통해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셈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2바이오캠퍼스를 통해 증가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고, 항체약물접합체(ADC), 아데노연관바이러스(AAV), 사전충전형 주사기(PFS)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1바이오캠퍼스에는 4개 공장이 가동 중이며, 총 60만4000L(리터)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추가 증설 중인 2바이오캠퍼스에는 올해 4월부터 5공장이 가동을 시작해 총 78만4000L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2032년까지는 8공장 건설을 완료해 총 132만4000L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항체 개발 플랫폼을 바탕으로 다양한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고, 안정적인 생산 및 공급 체계를 구축해 전 세계 환자에게 의약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직접 판매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병행하는 전략을 통해 판매 채널을 확대하고, 현재 40개국에 7200만 개 이상 공급하고 있는 제품의 접근성을 더욱 높일 방침이다.

김 부사장은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이어지면서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미국과 유럽의 규제 당국은 허가 기준 간소화를 검토 중”이라며 “이는 장기적으로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기존 제품 외에도 다양한 바이오시밀러를 추가 출시해 시장 내 영향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부사장은 “이번 분할을 통해 CD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이 각각 독립적으로 시장의 평가를 받게 되면서 더욱 명확한 가치 산정이 가능해질 전망”이라며 “또한 그동안 상이한 성격의 두 사업에 동시에 투자해야 했던 투자자들에게 각 사업에 선택적으로 투자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분할은 7월 29일 증권신고서 제출, 9월 16일 주주총회 승인 등을 거쳐 10월 1일 신설 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 창립과 함께 완료된다. 이후 10월 29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변경 상장과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재상장이 진행된다. 기존 주주는 인적분할 방식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에피스홀딩스 주식을 각각 0.6503913 대 0.3496087의 비율로 배분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