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정비사업 조합장도 뇌물을 받으면 공무원으로 간주해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번 대법 판결은 전통시장법에 따른 시장정비사업 조합 임원에게까지 뇌물죄를 적용할 때는 공무원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한 첫 사례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67)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과 벌금 6000만 원, 1894만 원 추징명령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부산의 한 전통시장 정비사업 조합장인 김 씨는 2019년 11월 조합장 선출 효력과 관련한 소송 변호사비 등 490만 원을 송금 받고 시공사 선정 편의를 봐주기로 약속하는 등 5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에 달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을 대상으로 적용되는 형법상 뇌물죄를 김 씨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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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비법 제134조는 ‘조합 임원은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할 때는 공무원으로 본다’고 정한다. 다만 전통시장법에는 시장정비사업 조합 임원을 공무원으로 본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어 문제가 됐다.
김 씨 측은 관계법령이 모호해 뇌물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으나, 1심과 2심은 김 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김 씨가 불복했지만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죄형법정주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면서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도시정비법의 공무원 의제 조항은 재개발 사업을 비롯한 정비 사업을 시행하는 조합 임원의 법적 지위를 정한 것으로서 재개발 사업에 관한 규정으로 볼 수 있고, 시장정비사업 조합 임원에 대해 도시정비법상 공무원 의제 조항을 준용하는 것이 그 성질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