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4~5월 가계대출 상황 예의 주시…선제 대응할 것"

주춤했던 가계대출이 지난달 다시 거세게 상승하며 7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이 동시에 늘었다. 앞서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를 일시 해제했던 여파가 주담대 수요로 이어졌고 증시 변동성 확대에 '빚투'까지 활발해진 탓으로 분석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42조3253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월 말 대비 3조7742억 원 증가한 규모다. 월별 증가 폭은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전 '막차 수요'가 몰렸던 지난해 9월(5조6029억 원) 이후 가장 크다.
5대 은행의 주담대는 588조3878억 원으로 한 달 새 2조7073억 원 늘었다. 2~3월 토허제 일부 해제 여파가 시차를 두고 4월 대출 증가로 이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5만698건으로 전월 대비 32.3% 증가했다. 특히 서울의 아파트 매매는 46.7% 급증했다.
신용대출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02조7108억 원으로 전월 대비 1조1046억 원 증가했다. 신용대출 잔액이 한 달간 1조 원 넘게 불어난 건 2021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이 중 마이너스 통장 대출 잔액(실행액)이 8000억 원가량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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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의 지난달 가계대출 규모는 마지막 영업일(4월 30일) 실적이 집계되지 않은 만큼 더 커질 수 있다. 통상 잔금 대출일을 월말로 잡는 경우가 많다.
금융당국은 이번 가계대출 증가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4~5월 가계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만큼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우려가 현실이 된 만큼 향후 발표될 가계부채 관련 지표를 더욱 주시하고 선제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부터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자금대출 보증비율이 100%에서 90%로 축소된다. 애초 7월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두 달 앞당긴 것이다.
다음 달에는 전세대출에 대한 소득심사가 강화된다. 기존에는 전세 보증금의 80% 이내에서 수도권 4억 원, 그 외 지역은 3억2000만 원까지 보증 가능했지만 다음 달부터는 보증 한도 산정 기준에 돈을 빌리려는 사람의 소득, 기존 대출 등 상환 능력 항목이 추가된다. 7월부터는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한 3단계 스트레스 DSR이 본격 시행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중순 3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 방침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세를 보이며 대출 수요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연내 가계대출의 추가 확산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경우 자율적으로 추가 관리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당국과 긴밀히 협의하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통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