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폭력에 무뎌지고 있다

입력 2025-03-26 06: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각하나 기각한다면 지귀연 부장판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최근 시국과 관련해 열린 법학자들의 토론회에서 나온 질문이다. 탄핵과 별개로 이어지는 윤 대통령의 형사재판에서 지 부장판사가 공소기각 판결을 할지, 내년 2월 법관 정기인사 때까지 공판기일을 미루는 게 바람직한지가 물음의 취지였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한 다리 건너서라도 지 부장판사에게 힘이 되는 메시지를 전달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 지 부장판사와 근무연을 언급했다.

뒤이어 한 법학과 교수도 손을 들었다. 본인을 ‘중도진보’ 성향이라고 강조한 교수는 지식인들이 이런(위법한 탄핵 관련) 토론회로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누구도 탄핵 인용 가능성은 거론하지 않았다.

몇 시간 뒤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가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상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점은 너무도 명백하니, 즉각 파면해 헌정을 조속히 회복하지 않으면 위기가 더 커진다는 내용이었다.

평생을 법조계에 몸담은 법률가들도 판단이 엇갈린다. 12‧3 계엄부터 현직 대통령의 구속(취소)까지 모두 초유의 사태였으니 의견이 다를 수 있다.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본청을 누비는 장면이 생중계됐지만, 아직은 ‘헌재의 시간’이라 여길 수도 있다.

다만 우려되는 건 폭력에 무뎌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 성향을 막론하고 “때려 부수자”는 주장에 환호성이 들린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법 판사를 찾아다니며 난동을 피운 이들은 되레 정당성을 주장한다. ‘기름통을 준비하겠다’는 유튜브 댓글도 심심찮게 보인다.

석방돼 서울구치소를 나오는 윤 대통령의 뒤에는 경호처 ‘대테러팀’(CAT)이 총을 들고 호위했다. 경호 규정일지는 몰라도, 계엄을 경험한 터라 순간 섬뜩했다. 내란 수괴 혐의 피의자를 보호하기 위한 총구라는 게 통상의 행사와는 분명 이질적이었다.

과거 여기저기서 분열됐으나, 폭력이 이 정도로 사회 전반에 퍼진 적은 없는 듯하다. 어쩌면 무의식중에 폭력에 관대해지고, 둔감해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 든다. 윤 대통령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지켜보더라도 극단으로 치닫게 만든 책임은 분명해 보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흰자는 근육·노른자는 회복…계란이 운동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 [에그리씽]
  • 홍명보호, 멕시코·남아공과 A조…'죽음의 조' 피했다
  • 관봉권·쿠팡 특검 수사 개시…“어깨 무겁다, 객관적 입장서 실체 밝힐 것”
  • 별빛 흐르는 온천, 동화 속 풍차마을… 추위도 잊게 할 '겨울밤 낭만' [주말N축제]
  • FOMC·브로드컴 실적 앞둔 관망장…다음주 증시, 외국인 순매수·점도표에 주목
  • 트럼프, FIFA 평화상 첫 수상…“내 인생 가장 큰 영예 중 하나”
  • “연말엔 파티지” vs “나홀로 조용히”⋯맞춤형 프로그램 내놓는 호텔들 [배근미의 호스테리아]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4,157,000
    • -2.54%
    • 이더리움
    • 4,548,000
    • -3.81%
    • 비트코인 캐시
    • 854,000
    • -0.99%
    • 리플
    • 3,052
    • -2.09%
    • 솔라나
    • 200,200
    • -3.19%
    • 에이다
    • 623
    • -4.89%
    • 트론
    • 430
    • +0.23%
    • 스텔라루멘
    • 362
    • -3.47%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450
    • -1.74%
    • 체인링크
    • 20,500
    • -3.57%
    • 샌드박스
    • 212
    • -4.9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