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2000명’ vs‘350명’…양측 다 과학적 근거 부족 지적

입력 2024-02-21 16:04 수정 2024-02-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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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vs 의료계 의견 ‘팽팽’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매년 2000명씩 의과대학 정원을 증원해 2035년 1만 명의 의사를 배출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의료계에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의료계는 의약분업 당시 축소한 350명 증원이 적정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한국의과대학·의과전문대학원협회(KAMC) 등 의사단체는 정부의 연 2000명 증원이 과학적인 근거 마련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전협은 20일 성명서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들 중차대한 정책이지만 19쪽에 불과한 보건복지부의 문서에는 피상적인 단어만 나열돼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과학적 근거를 요구했으나 정부는 근거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전협은 “합리적인 의사 수 추계를 위해 과학적인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속해서 주장했지만, 정부는 정치적 표심을 위해 급진적인 의대 정원 정책을 발표했다”며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한들 저수가와 의료소송 등의 문제를 우선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의대 증원은 필수 의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국민의 의료비증가로 돌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21일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의 근거로 참고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KDI), 서울대학교 3개 연구에 관해 설명했다. 박 차관은 “3개 연구 모두 고령인구 증가에 따라 미래 의료수요가 증가해 2035년 기준 약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추계했다”고 밝혔다.

2020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는 과거 의료이용량과 활동 의사 수 추이를 토대로 미래 수급을 예측했다. 한 해 의사 진료일을 공휴일 제외 265일로 계산하고, 의사들이 환자 진료량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보수적으로 가정한 결과 2035년 9654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계했다.

2022년 KDI의 연구는 장래인구추계와 연령별 의료이용량을 고려해 미래 총 의료수요를 계산하고 의사의 연령별 이탈률을 적용해 미래 의사 공급을 산출한 결과, 2035년 1만650명이 부족한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도 장래인구추계와 연령별 의료이용량을 고려하고 의사 공급을 과거 추이를 토대로 산출한 결과 2035년 1만816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국내 5대 대형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는 등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19일 모든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다. 이날 서울의 한 대학 어린이병원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전공의들은 하루 앞선 이날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국내 5대 대형병원(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는 등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19일 모든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다. 이날 서울의 한 대학 어린이병원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전공의들은 하루 앞선 이날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박 차관은 “해당 연구에서 추가적인 의료 수요인 의사의 근로시간 축소 필요성, 새로운 수요 증가 경향, 제약·바이오 등 임상 외 분야 의사 수요를 반영하게 된다면 필요한 의료인력 숫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는 해당 연구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해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20일 의사 부족의 근거를 설명하던 중 “여성의사의 비율 증가, 남성의사·여성의사의 근로시간의 차이 등도 가정해 분석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세밀한 모델을 가지고 추정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한국여자의사회는 “여성 의사들의 전문성과 노력을 폄하하고, 성별에 따른 차별적인 시각을 조장한다. 의료계 내 성 평등을 저해하는 무책임한 언급이다. 성별을 기준으로 한 능력 평가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통합과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정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계속 지적하고 있다. 신찬수 KAMC 이사장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3편의 논문을 통해 의사 수 부족을 언급했지만 검토해본 결과, 3편 중 2편은 의료인력 추계를 위한 연구가 아니었다. 또 어느 부분에서 발췌해야 연 2000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면서 “의약분업 당시 줄인 350명을 증원하는 것이 적절하다”라고 밝혔다.

KAMC의 이러한 주장과 관련해 박 차관은 “350명이 적정 증원 규모라고 하면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에서 실시한 40개 대학의 수요조사 결과 2151~2847명은 총장의 책임 하에 학교 전체 사정을 감안해 제출된 것이다. 2000명이 증원돼도 의학 교육의 질이 떨어질 문제는 없다”고 답변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21일 브리핑을 통해 “의사 수 부족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다”라며 “응급실 뺑뺑이가 발생하는 건 중증 환자만 가야하는 응급실의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며, 소아청소년과 오픈런이 발생하는 이유는 소청과 의사 중 많은 분들이 소청과로 유지되지 않아 다른과 진료를 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협 비대위는 국민 앞에서 떳떳이 정부와 생방송으로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한 문제를 토론하자고 줄기차게 주장했지만, 정부가 계속 피해왔다. 본인들의 일방적인 목소리가 아니라 반대 논거를 들어봐야 한다. 자신 있다면 나타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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