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곁이지만 행복해요”…호스피스로 안락한 죽음에 연착륙한 영국 [해피엔딩 장례]

입력 2023-09-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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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3-09-21 17:35)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⑤-2. ‘만족스러운 죽음’ 준비하는 영국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에게 ‘죽음 앞 겪게 될 변화’ 안내
모든 서비스 무료...지역 사회 기부는 필수적

▲지난 7월 24일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 있는 말기암 환자 에디가 침대에 누워있다. 오른쪽 앞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그의 배우자인 리타 씨와 손녀 젬마 양, 딸 로레인 씨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시드넘(영국)=정유정 기자)
▲지난 7월 24일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해 있는 말기암 환자 에디가 침대에 누워있다. 오른쪽 앞부터 반시계 방향으로 그의 배우자인 리타 씨와 손녀 젬마 양, 딸 로레인 씨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시드넘(영국)=정유정 기자)

이곳에 와서 너무 행복해요.
아버지가 병원 응급실도 자주 가시고 집에선 많이 위태로웠는데 여기 오시니 웃으시네요.

7월 24일 영국의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의 병동에서 만난 말기암 환자 에디 씨의 딸 로레인 씨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잠들어 있던 에디 씨 옆에선 그의 딸뿐 아니라 아내 리타 씨와 손녀 젬마 양이 환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와 그 가족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표정이 밝았다.

차분하게 안락한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

런던 남부 시드넘(Sydenham)에 위치한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는 현대 호스피스의 시초로 1967년 시슬리 손더스에 의해 설립됐다. 런던 남부의 브롬리, 크로이던, 램버스, 루이섬, 서더크 등 5개 지역이 관할이다. 에디 씨와 같이 죽음을 목전에 둔 환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전체 환자들의 48%는 말기암 환자다.

▲호스피스 로비 앞에 위치한 카페테리아 내부 모습. 호스피스를 방문객들이 각자의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고 있다. 뒤쪽 벽면에는 기부를 독려하는 안내판과 호스피스가 진행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안내하는 팸플릿이 비치돼 있다. (시드넘(영국)=정유정 기자)
▲호스피스 로비 앞에 위치한 카페테리아 내부 모습. 호스피스를 방문객들이 각자의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고 있다. 뒤쪽 벽면에는 기부를 독려하는 안내판과 호스피스가 진행하는 다양한 활동들을 안내하는 팸플릿이 비치돼 있다. (시드넘(영국)=정유정 기자)

생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이들이 찾는 곳이었음에도 분위기는 결코 어둡지 않았다. 이날 호스피스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카페테리아에서는 호스피스를 방문한 이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쪽 벽은 통창으로 돼 있어 바로 앞 정원의 녹음을 볼 수 있었다.

카페테리아 한켠에는 환자들을 위해 제작된 죽음과 관련한 다양한 유인물들이 비치돼 있었다. 처음 호스피스를 방문한 환자에게는 두 권의 안내 책자가 주어진다. 각각의 제목은 ‘성크리스토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와 ‘앞으로의 일 준비하기: 당신이 알아야 할 사실들’이다.

해당 책자들은 죽음이 가까워 올수록 겪을 수 있는 신체·정신적 변화를 알려준다. 신체 혹은 인지기능을 잃었을 때 의사결정권을 누구에게 양도할 수 있는지 안내하기도 한다. 환자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는 ‘죽음 그 이후’라는 소책자가 주어지는데, 해당 책자들은 죽음을 앞둔 환자들과 그 가족들이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 수 있도록 돕는다.

모든 서비스 무료, 기부는 필수…최고 가치는 ‘환자 안정’

이곳이 특별한 점은 환자를 위한 호스피스의 모든 서비스가 무료라는 것이다. 호스피스는 운영자금의 약 42%를 영국 국영의료서비스(NHS)로부터 지원받고 나머지는 기부를 통해 충당한다.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매년 최소 1500만 파운드가 모금돼야 한다.

이처럼 기부가 중요한 탓에 호스피스 곳곳에는 모금을 촉진하기 위한 시설 등이 설치돼 있다. 벽면에는 ‘기부 마라톤’ 참여를 촉진하는 포스터가 붙어 있으며, 구매대금이 호스피스에 기부되는 카드 판매대도 마련돼 있었다. 호스피스의 아만다 마요 간호 지도자는 “사람들이 필요 없는 물건을 기증하고 이를 되팔아서 수익금을 마련하는 중고 거래 상점도 23곳 운영하고 있다”며 “임종을 맞는 이들이 재산이나 집을 호스피스 앞으로 남겨서 들어오는 기부금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만다 마요 간호 지도자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 제공)
▲아만다 마요 간호 지도자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 제공)

성 크리스토퍼 호스피스가 최우선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환자들의 만족과 안정이다. 호스피스는 우선 환자들이 여생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도록 운동 프로그램 등도 운영한다. 마요 관리자는 “환자들이 오면 실내체육관에서 운동 기능을 확인한다”며 “남은 생을 잘 살아가기 위해 신체·운동능력이 어떤 상태인지 체크한다”고 설명했다.

또 환자가 ‘어디서 죽고 싶은지’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존중한다. 마요 지도자는 “죽음을 집에서 맞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관리해준다”며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게끔 유도를 하지만, 의학적 돌봄이 필요해 집에서 관리가 어려운 경우는 여기서 돌본다”고 설명했다. 자발적 의사에 따라, 호스피스를 찾는 환자 중 70%는 집에서 임종을 맞는다고 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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