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에세이] '~팔이', '~충'…우대받는 직업에는 별칭이 없다

입력 2023-08-13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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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 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주최로 열린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 사업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한국 사회에선 직업에 귀천이 있다.

직업의 ‘급’을 나누는 기준 중 하나는 호칭이다. 직업이나 직급·직책이 호칭으로 불리거나, 호칭 뒤에 극존칭인 ‘선생님’이 붙는다면 사회적으로 우대받는 직업이다. 전문직인 법조인과 의료인, 그리고 교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직업이나 직급이 호칭으로 불리는 직업은 많지 않다. 상당수 직업은 ‘아줌마’, ‘아저씨’가 호칭이다. 가까운 관계에서 쓰이는 ‘이모’, ‘삼촌’은 그나마 양반이다.

다른 기준은 직업의 별칭이다. 일부 직업은 신조어나 비속어가 직업명 대신 불린다. ‘~팔이’, ‘~충(蟲)’ 등이 그렇다. 간호조무사의 ‘조무사’는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직업에 종사하거나 일 처리가 미숙한 사람을 비하하는 용도로 쓰인다. 마찬가지로 멸칭인 ‘~호소인’의 대체어로 ‘~조무사’가 쓰이기도 한다. 우대받는 직업들은 별칭이 없다. ‘떡검(떡값+검찰)’, ‘짭새(경찰의 비속어)’. ‘기레기(기자+쓰레기)’ 등 예외가 있지만, 이들 직업의 별칭은 직업에 대한 차별·비하적 시선보단 직업 종사자들의 행태에 대한 비판적 시선에서 출발했단 점에서 다르다.

최근에는 고임금 생산직을 일컫는 ‘갓산직(god+생산직)’이란 말도 생겼다. 부러움의 표현으로 보일 수 있지만, 기저에는 생산직에 대한 비하와 차별이 깔려있다. 의사나 변호사, 프로그램 개발자들의 수입이 많다고 그들의 직업명에 ‘god’을 붙이진 않는다. 굳이 생산직에만 ‘god’을 붙인다는 건 생산직을 ‘진입장벽이 낮은 직업’, ‘저임금이 당연한 직업’으로 바라본단 거다.

이 밖에 ‘공돌이’, ‘노가다’ 등 특정 직업을 비하하는 표현은 널리고 널렸다.

이런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최근 가사근로자의 새 명칭(호칭)으로 가사관리사(약칭 관리사)를 선정했다. 직업인으로서 전문성, 자존감을 고려한 것이다. 그간 가사근로자들은 현장에서 ‘아줌마’, ‘이모님’ 등으로 불려왔다. 보건복지부는 간호조무사에 대한 명칭 변경과 학력 상한 폐지를 추진한다. 간호조무사의 새 명칭은 2015년 도입하려다 무산된 ‘간호지원사’가 유력하다.

배달원들은 스스로 ‘라이더(rider)’란 새 직업명과 호칭을 사용하고 있다. 배달원은 과거부터 멸칭으로 불려온 대표적인 직업이다.

상대방을 하대하는 호칭, 직업명에 대한 멸칭은 직업 종사자들의 자존감을 깎는다. 이는 해당 직종의 인력 수급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꼭 필요한 직업이 그 직업에 대한 차별적·멸시적 시선 때문에 사람을 못 구해 사라진다면, 피해자는 전 국민이 된다. 이런 점에서 고용부와 복지부가 나서서 직업명(호칭) 변경을 추진하는 건 긍정적이다. 다만 이게 끝이 돼선 안 된다. 사회가 변해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원·하청 관계와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해소돼야 한다. 직업에 대한 차별·편견이 생겨난 건 애초에 해당 직업들의 열악한 근로조건 때문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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