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글로벌 ESG 규제 강화로 기업 법률적 리스크 커져”

입력 2023-05-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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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주의 위반 책임의 경계 확대
규제에 충실할수록 법률적 책임 커져

▲기업의 ESG 리스크 관리 개념의 확대. (사진제공=한국경제연구원)
▲기업의 ESG 리스크 관리 개념의 확대. (사진제공=한국경제연구원)

우리나라 기업이 공급망 차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할수록 ‘부당한 경영간섭’ 규제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왔다.

26일 한국경제연구원은 ‘ESG 해외소송과 기업 리스크 관리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는 최근 ESG 관련 해외소송 사례를 소개하면서 기업의 주의의무(Duty of Care) 위반 책임의 경계가 상당히 확대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폐선박 판매를 중개한 영국 기업은 선박해체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피해자로부터 소송(Begum v. Maran Ltd.)을 당했다. 해당 중개기업은 영국 항소법원(Court of Appeal)에 자신은 피해 발생에 직접적 관련이 없어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소송 자체가 각하돼야 한다는 소를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거부(Refuse to Dismiss)했다.

영국 항소법원은 최근 기업의 주의의무 확대 경향을 고려할 때 중개기업도 ‘위험의 생성(Creation of Danger)’에 관여했는지에 대한 논쟁의 여지가 있으므로 이 소송을 막을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보고서는 이 소송은 기업의 주의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의 경계가 상당히 확대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이 소송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영국 법원의 ESG 관련 기업 책임의 경계에 대한 시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시사점을 준다”며 “향후 최종판결에 따라 기업책임의 경계가 상품의 제조, 판매와 직접 관련된 공급망보다 훨씬 확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모회사가 해외자회사와 그룹 차원의(Group-Wide) 정책을 공유하고 해외자회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시행한 경우 해외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 영국 법원에서 모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Okpabi v. Royal Dutch Shell)이 가능하다는 영국 대법원의 판결도 소개했다. 이 판결은 회사법상 독립법인격을 이유로 해외 자회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모회사의 자동적인 책임(liability)을 인정하지 않았던 하급심의 판단을 뒤집었다.

보고서는 ‘EU 공급망 실사 지침’이 요구하는 바는 ‘기업은 자회사는 물론 협력기업에 대해서도 ESG 리스크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영국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글로벌 규제에 충실할수록 피해 발생 시 법률적 책임은 커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ESG 리스크 관리의 성패는 지분관계가 없는 협력기업에 대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강제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는 협력기업과 원청기업과의 ‘협력적’ 관계의 정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ESG 리스크에 대한 기업의 법률적 책임이 커질수록 협력기업에 대한 리스크 관리·감독의 강도도 강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해 협력기업은 ‘부당한 경영간섭’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주요 대기업은 ESG 협력사 행동 규범을 제정해 협력업체와 공급망 차원의 ESG 리스크 관리를 실천 중이지만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규범준수에 따른 유무형 비용이 너무 크다고 느낄 때 규범을 회피하려는 인센티브가 생길 수 있다”며 “이 경우 ESG 리스크 관리의 강도도 더욱 강화될 것이고 이는 ‘부당한 경영간섭’을 금지하고 있는 국내 규제(하도급법, 공정거래법 등)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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