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골목상권] ⑦ 문정동 로데오거리 “일 년 넘게 빈 점포도 많아…그저 버티는 것”

입력 2021-04-22 19:00

시간과 추억이 담긴 거리가 사라지고 있다. 오랜 기간 한자리에 머물며 골목을 든든히 지킨 '특화 거리'가 코로나 19와 비대면 전환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리움과 행복이 담긴 장소가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사람들의 외면과 무관심 속에 거리는 적막감이 감돈다. 사라져가는 골목 속 이야기를 조명한다.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거리 초입의 매장들. 임대 문의 팻말이 걸려 있다.  (이다원 기자 leedw@)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거리 초입의 매장들. 임대 문의 팻말이 걸려 있다. (이다원 기자 leedw@)

“의류 쇼핑을 다들 온라인에서 하잖아요. 그러니 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일 년이 넘도록 비어 있는 점포도 많아요. 남아 있는 사람들은 그저 버티는 거죠.”

21일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거리를 찾았다. 로데오거리의 시작을 알리는 동상을 지나쳐 골목에 접어드니 큰 글씨로 ‘임대’ 플래카드를 내건 건물이 바로 보였다. 유명 의류 브랜드의 상설 매장이 빠져나간 자리였다.

문정동 로데오거리는 서울 시내를 대표하는 패션의 거리였다. 1990년대 초부터 브랜드 의류의 상설 할인 매장이 들어서면서 조성된 로데오거리는 한때 200여 개 의류 판매장이 입주해 있었다. 주말이면 옷과 액세서리를 사러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던 때도 있었다.

로데오거리에 발길이 뜸해진 건 2000년대 중반부터다. 온라인을 통해 의류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데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형 의류 아웃렛이 속속 생겨나면서 교외로 향하는 소비자들도 증가했다. 2010년부터는 인근에 복합 쇼핑몰과 백화점이 차례로 들어서면서 상권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인근에 법조 단지와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서고 이어 주거용 오피스텔도 생겨나고 있지만, 상권이 되살아나진 못했다. 많은 사람이 로데오거리를 지나칠 뿐, 실제 구매를 위해 매장에 들어가진 않았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류모 씨(27)는 “옛날에는 남성복 브랜드가 많아서 아빠 셔츠를 사러 자주 왔다”며 “아무래도 가든파이브나 NC백화점이 생기고 나서는 잘 안 오게 된다”고 설명했다.

로데오거리 안쪽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빈 점포 앞, 써 붙인 지 오래돼 글자가 햇볕에 바랜 임대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까지 겹치며 거리가 조용해졌다.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거리 빈 점포에 임대 문의 연락처를 적은 종이가 붙어 있다. 오래 붙어있어 색이 바랬다.  (이다원 기자 leedw@)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거리 빈 점포에 임대 문의 연락처를 적은 종이가 붙어 있다. 오래 붙어있어 색이 바랬다. (이다원 기자 leedw@)

35년째 로데오거리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표광정(72) 씨는 “일 년이 넘도록 비어 있는 매장이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점포 임대료가 비싸고 권리금도 많아 입주하려는 사람이 없었는데, 코로나19까지 겹쳤다”며 “최근 3년간 거래가 한 건도 없었던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거래가 없으니 그가 앉아 있는 작은 부동산도 유지가 어렵다. 표 씨는 부동산 문을 닫고 야간 건물 청소를 다니고 있다. 임대료와 관리비 등을 낼 방법이 없어서다. 그렇게 해서라도 어떻게든 버텨야 한단 각오다.

위축된 상권은 온라인과 대형 쇼핑몰에 밀렸다. 골프나 스포츠 의류도 브랜드가 있기에 그나마 버틴다고 했다.

표 씨는 “(의류 중심이던) 로데오거리 상권도 업종을 변경하지 못하며 죽어버린 것 같다”며 “세도 비싸고 유동인구도 없으니 매력이 없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상가를 내놓으려 해도 세금 때문에 내놓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다들 그냥 나처럼 견디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인들의 고민도 커지는 모습이다.

스포츠의류 판매장을 운영하는 A 씨는 ‘요새 어떻냐’는 질문이 싫다고 했다. 힘이 든단 얘기를 하기 싫어서다. 그는 “애초에 매출이랄게 없으니 줄어드는지 늘어나는지도 모르겠다”며 “지원금도 모르겠고 그저 힘들다. 먹고 살길이 없으니 매장을 정리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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