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세상] ‘검찰개혁’ 해설 드라마 ‘비밀의 숲 2’

입력 2020-12-3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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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살면서 검사와 딱 두 번 부딪힌 적이 있다. 20대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 만난 검사는 머릿속에 그려보던 검사의 이미지와 싱크로율이 매우 높았다. 금테 안경에 삐쩍 마른 몸매를 가지고 있었으며 느물거리며 물어보다가 느닷없이 소리를 치며 겁을 주던 검사였다. 세월이 좀 흘러 이번엔 가친의 선거운동을 돕다가 지방 지검의 검찰청에 아버지와 함께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나에게는 여전히 거인 같은 분이셨던 아버지는 아들 앞에서 그만 권위가 추락하고 만다. 다리를 잠시 꼬고 있다가 새파랗게 젊은 검사에게 불호령을 들었던 것이다. 말도 거의 반말 비스무리하게 하면서 정말 극혐의 이미지였다.(물론 사건은 무혐의로 결론 났다) 이런 이유들로 검사와 검찰에 대한 반감이 있었고, 천하의 못된 짓을 상시로 저지르면서도 뻔뻔하게 활개치는 검찰 조직을 보면서 ‘검찰개혁’의 당위성에 손을 높이 들었었다.

보통사람이 평생 살면서 만나지 않을수록 좋은 사람이 검사다. 물론 대부분은 한 번 대면하지 않고도 잘 산다. 하지만 먹고사는 것에 정신없는 서민들과는 하등 관계없어 보이지만 그간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가장 큰 피해자는 돈도 빽도 없는 국민들이었다. 그런 그간의 적폐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이 검찰개혁이지만 이런저런 일들로 영 속도가 나지 않는 형국이다. 모두가 검찰개혁에 대해선 찬성하지만 각론에는 조금씩 다른 의견들이 있는 듯하다. 또 검찰개혁의 실내용이 무엇이냐 물으면 정작 명쾌하게 알고 있는 사람도 드물다.

그런 면에서 얼마 전 방영된 tvN의 16부작 ‘비밀의 숲 2’는 검찰개혁, 검사 기소독 점권,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일련의 현안들을 알기 쉽게 해설해 주는 다큐드라마 같았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놓고 첨예하게 맞닥뜨린 검찰과 경찰의 대표 선수로 다시 만난 검사 황시목(조승우)과 형사 한여진(배두나)은 과거 은폐된 살인 사건들의 진실을 하나씩 벗겨 내면서 검경의 민낯마저 여과 없이 드러냈다.

시즌1의 인기를 업고 쉽게 시청률의 안정권에 들어섰으나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리기도 하였고, 초반에는 긴장감을 유지하다가 중반에는 지루하게 늘어진 감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드라마 막바지에 이르자 1회 첫 장면으로 나왔던 사건이 마치 나비효과처럼 연속적인 파장을 내더니 최종회에 이르자 흐드러진 퍼즐이 깔끔하게 맞춰지는 짜릿함을 안겨 준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지리하고 졸렬한 싸움이 이제 막바지에 이른 듯하다. 어떤 식으로 결론 나든 모든 개혁의 완성은 결국 국민들이 편안하게 사는 것임을 새해에는 모두들 잘 기억했으면 좋겠다.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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