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의 통계로 경제읽기] 기업의 주민등록표 '기업등록부'…우리나라 기업 몇개나 있을까

입력 2020-12-0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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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박사, 전 통계개발원장

시장경제 체제에서 기업은 생산의 주체이다. 정부 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을 제외한 국민 대부분은 경영자로서 혹은 피고용자로서 기업의 생산 활동에 참여하고 그 대가로 얻은 보수를 가지고 생활을 영위한다. 이렇듯 기업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상품이나 용역을 생산하고, 동시에 국민에게 소득을 창출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주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얼마나 많은 수의 기업이 활동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 숫자는 누구도 모른다. 기업이라면 국세청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 어딘가에 등록되어 있을 텐데 그 숫자조차 몇 개인지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내용을 알고 보면 그것이 그리 만만치 않은 일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에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영세기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유형이 있다. 이뿐만 아니다. 우리가 일상생활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편의점, 음식점, 노래방, 학원, 교회, 사찰 등 하나하나가 모두 기업이다. 더 나아가 농부, 개인택시운전사, 보험설계사, 프리랜서 작가, 화가, 집을 전·월세로 임대하고 있는 가정주부 등도 각자 모두 기업이다. 심지어 전통시장 노점에서 채소를 파는 할머니,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도 경제학적으로는 어엿한 기업이다.

현대 시장경제에는 다양한 유형의 기업이 존재하므로 기업의 수를 빠짐없이 파악한다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기업 가운데는 국세청 등 정부 기관에서 파악하고 있는 것들도 있지만, 더 많은 수는 등록조차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의 수를 파악하는 데 있어서 이와 같은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수를 현실과 가깝게 파악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경제통계 작성에서는 나라 안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의 수와 관련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을 때 비로소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통계가 가능할 것이다.

통계조사 대상이 될 기업의 명단과 그들 기업과 관련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자료를 ‘기업등록부(business register)’라 한다. 이런 점에서 기업등록부는 기업의 주민등록표라 할 수 있다. 기업 수의 파악이 어려운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 통계기관이 겪는 어려움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선진국 통계기관은 경제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고 작성체계를 효율화하기 위하여 기업등록부 구축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몇 년 전부터 기업등록부 구축에 본격 착수하였다. 우리나라 기업등록부에 등록된 기업의 수는 몇 개나 될까? 2015년 기업등록부에 등재된 사업체 수(사업체란 사업장과 비슷한 개념이며, 한 기업 안에 여러 개의 사업장이 있을 수 있음)는 750만 개 정도 되었다. 이 가운데 2015년 경제센서스에는 약 370만 개의 사업체가 조사되었다. 이에 대해 경제센서스는 나라 안에 있는 모든 기업을 모두 조사하는 통계인데, 왜 기업등록부에 등재된 사업체의 반 정도만 조사하였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경제센서스가 국내에 소재한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통계라고는 하지만, 크게 의미가 없는 기업까지 조사할 필요는 없다.

미국은 재작년에 2017년도 기준 경제센서스 통계를 시행하였다. 이때 미국의 기업등록부에 의해 파악된 사업체 수는 약 2200만 개에 이르렀는데, 이 가운데 약 800만 개 기업을 조사하였다. 상용 고용자가 없는 기업은 조사대상에서 제외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이 기업등록부라 해서 나라 안에 있는 모든 기업을 파악할 수는 없고, 또 기업등록부에 등재된 기업이라고 해서 이를 반드시 통계조사 대상에 포함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전체에 대체 얼마나 많은 기업이 있으며,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기업에 대해 통계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파악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통계 당국은 기업등록부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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