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의 가장 큰 명절 중 하나인 설날이 다가왔다. 그렇지만 가사노동 부담이 많은 명절에는 스트레스가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미국정신의학회에서 한국 특유의 질병으로 분류하는 ‘화병’은 대표적인 명절 증후군으로 꼽힌다.
실제 명절 직후에는 화병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분석해보면, 월별 화병 환자 수는 설 명절 다음 달에 가장 많았다. 이어 추석 명절 기간인 9, 10월이 뒤를 이었다. 특히 여성들은 명절 음식 준비와 같은 가사노동과 시댁 방문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남자보다 2배 이상 화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화가 났을 때 ‘울화가 치민다’는 표현을 흔히 사용하는데, 여기서 울화는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고 억지로 참는 가운데 생기는 화를 의미한다. 억울함과 과도한 스트레스를 제때 표출하지 못하고 쌓아 두게 되면 감정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는 능력이 저하되면서 결국 화병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명절 때 가족, 친지 사이 갈등이 드러나도 ‘참는 게 미덕’이라며 화를 삭이다 보면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화병의 증상은 정신과 신체 모두에 걸쳐 복합적으로 나타나는데, 먼저 정신적으로는 불안, 신경 예민, 불면, 우울 등을 일으킨다. 신체적으로는 소화불량이나 변비, 가슴 두근거림, 몸 곳곳에 지속되는 통증 등이 발생한다.
이러한 화병의 진행 단계는 충격기, 갈등기, 체념기, 증상기 등 총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첫 시점이 ‘충격기’로 격한 분노를 느끼는 상태다. 이어 격한 감정이 사라지고 이성을 찾아 고민하는 ‘갈등기’에서는 화를 참으면서 불안 증세가 심화하게 된다. 다음으로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체념기’에서는 우울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마지막 ‘증상기’에서는 그간 쌓인 화를 억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신체 곳곳이 아프기 시작하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와 같은 증상을 무시할 경우 정신적 고통과 더불어 신체적 질환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가볍게 여기고 지나쳐서는 안 된다. 어떤 이유로든 쌓인 스트레스와 울화가 가슴 속에 쌓여 표출되지 못하면 모든 장기에 에너지를 전달하는 심장이 과열되고 이는 곧 기능 이상으로 이어져 신체 곳곳에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대해 임형택 자하연한의원 원장은 “화병의 증상을 빠르게 해소하기 위해서는 과열된 심장을 안정시키고 자율신경을 바로잡아 오장육부의 균형을 찾아주는 통합적인 치료가 진행돼야 한다”며 “과열된 심장의 열을 내리고 심장 본래 기능인 감정조절 능력을 되찾아주면 화병과 함께 찾아오는 몸과 마음의 증상을 자연스럽게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