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인 망신주기 국감 또 되풀이하나

입력 2018-10-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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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10일부터 올해 정기 국정감사에 들어갔다. 상임위원회별로 이달 말까지 20일 동안 이어진다. 국회가 정부 부처와 피감기관을 상대로 따져봐야 할 이슈들은 많다. 특히 경제 분야가 핵심이다. 야당들은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정부의 실정(失政)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위기, 고용 참사, 경기 후퇴 등이 주된 쟁점이다. 집값을 잡지 못하는 부동산 정책의 난맥상, 오락가락 혼란만 부추기는 교육 정책, 탈(脫)원전의 부작용 등도 집중적인 공략 대상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에도 민간 기업인들이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대거 소환됐다는 점이다. 증인 출석요구가 확정된 몇몇 상임위만 해도 기업인들이 100명을 훌쩍 넘는다. 웬만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거의 망라됐다. 국감에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출석시키는 것은 대표적인 악습이자, 구태(舊態)다.

국감은 국회가 정부의 국정 운영과 예산에 근거한 나라 살림살이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감사하는 절차다. 여기에 민간의 기업인들을 불러내는 것 자체가 국감 본연의 취지에 어긋난다. 기업에 문제가 있다 해도 관리·감독의 책임을 진 정부를 추궁하는 게 맞다. 그런데도 매년 국감 때마다 무분별한 기업인 출석요구가 남발됐다. 17대 국회에서는 연평균 52명, 18대 77명, 19대 124명이었고, 20대 첫 국감인 2016년 150명에 이르렀다. 마구잡이식 기업인 호출에 대한 비판이 거세자 국회는 작년 ‘증인신청 실명제’를 도입했다. 어떤 의원이 누구를 왜 불러내는지 공개토록 했지만, 벌써 유명무실해졌다. 지난해 소환된 기업인이 50명으로 줄었다가 올해 다시 2배 이상으로 늘었고, 증인신청 사유도 밝히지 않은 경우가 부지기수다.

기껏 기업인들을 출석시켜 제대로 질문하고 답변을 듣기는커녕, 죄인 취급하면서 호통과 망신주기만 일삼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한시가 바쁜 기업인들을 불러내 하루 종일 기다리게 한 뒤 겨우 몇 마디 묻고 답변조차 듣지 않거나, 아예 질의도 하지 않고 윽박지르기로 일관해왔다. 의원들이 기업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언론에 이름을 내려 하고, 기업과 뒷거래를 통한 지역구 민원 해결 등 자신들의 이득이나 챙기는 꼴불견의 행태를 보인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회의 ‘갑질’로 기업들은 경영 공백과 함께 대외 신인도 타격 등 이만저만한 피해를 입는 게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반(反)기업·반시장 정책 기조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투자 의욕은 땅에 떨어지고 성장동력이 갈수록 쇠퇴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이다. 기업들을 돕지는 못할망정 발목이나 잡는 국회의 이런 적폐부터 청산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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