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의 역설]서울집값 과열 “규제 만능주의 버려라…'투기꾼 잡겠다' 접근 상황 더 꼬여"

입력 2018-09-05 10:26 수정 2018-09-05 10:5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전문가 제언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멈추지 않고 오르면서 정부가 ‘규제’란 칼을 또 꺼내 들었다. 정부는 수차례 규제를 통해 부동산 가격을 잡아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말을 듣기는커녕 반대로 움직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일각에선 규제가 오히려 시장을 왜곡한다는 비판을 한다. ‘규제의 실효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규제가 결코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과 “문제는 칼이 아니라, 그 칼을 다루는 자에게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지원센터 부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집값이 오르는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다”라며 “(정부의 대출 규제가) 법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그것(규제) 가지고 집값을 잡을 수 있었다면 벌써 잡았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는 금융당국이 집값 상승의 원인을 단순히 ‘투기 수요’로만 바라보는 지적에 따른 비판이었다. 최근 언론에서 나온 정부의 대출 규제는 ‘유동성’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임대사업자의 혜택을 줄이거나, 소득이 많은 사람의 대출을 허락해주지 않는 등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동산 가격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되레 규제가 시작되기 전 대출을 늘리려는 수요도 있다. 실제로 부동산 시장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은 정부가 규제 대상으로 삼은 곳은 주택 가격이 오른다는 말을 단순히 ‘속설’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 수준의 대출 규제로 돈 있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부동산 시장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 정부의 시각은 과하다”며 “투기꾼을 잡겠다고 접근하다 보니 상황이 더 꼬인 게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수요 부분만 과도하게 잡는다고 해서 지금의 부동산 과열 상황이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 “한쪽을 막으면 다른 한쪽이 부푼다”… 규제의 역설 =지금까지 정부는 수요 때리기에 급급했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를 차단하기 위해 신DTI(총부채상환비율)을 도입하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 규제에 해당하지 않은 ‘전세대출’은 급증했다. 시중은행의 4월 말 전세대출 잔액은 52조3428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42.5% 증가했다. 3월에 은행권이 도입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전세대출 시에는 원리금을 계산하지 않는다는 규제의 빈틈을 시장은 노렸다. 시장은 규제가 들어올 때마다 우회로를 찾았고, 결국 그 방식이 통했다. 시장에서 하는 “규제에 내성이 생긴다”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닌 이유다.

금융당국은 1금융권(은행)의 대출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은행의 고(高) DSR 기준이 너무 느슨해 대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문제는 1금융권 대출이 막히면 2금융권으로 부실한 대출이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비은행권 기업 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147조7333억 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6조3180억 원이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3조2951억 원 늘어난 데 그친 가계대출 잔액 증가 규모보다 무려 5배 이상 늘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이 비은행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자 대출 수요가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을 통한 비은행 기업대출로 우회해 규제망을 피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가히 규제의 역설이다. 그렇다면 시장에 악영향만 주는 규제를 차라리 쓰지 말아야 하는 걸까. 실제로 안팎에서는 규제 만능주의를 벗어나 공급량 확대를 통해 시장에 만연한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공급량 확대해야”… ‘쏠림현상’ 방지 규제 필요 = 공급량 확대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 최고회의에서 “정부가 공급 대책을 이른 시일 내에 제시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힌 것은 일견 타당하다. 다만 그는 “3주택 이상이나 초고가 주택에 대한 종부세 강화를 정부에서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규제를 언급했다.

이러한 이 대표의 말이 현 부동산 상황에 가장 적절한 해결책이라고 평가한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자.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 정부의 대출규제 방향에 대해 “규제가 아니라 규제를 하는 방식이 잘못됐다”고 평가했다. 권 교수는 “보유세를 무작정 높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거래세를 낮춘 다음에 올려야 하는 것처럼 규제는 방식과 순서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상적인 대출규제는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시중에 자금이 너무 많은 상황인데, 현 규제는 서민들에게 타격이 가지만 중산층이상 돈 있는 사람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권 교수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돈 있는 사람들에게는 강한 대출 규제를 하고, 서민들에게는 내집 마련을 위한 정책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주택을 규제해놓고 공급하면 이미 주택 가격이 올라간 상황에서 주택 공급을 하는 꼴”이라며 “정책의 순서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을 공감하면서도, 단지 그것만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 실제로 주택 공급이 늘어나면 동시에 전세자금대출 규모도 늘어난다. 늘어난 주택이 투기꾼들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에게 가야 한다. 즉, 주택이 시의적절한 곳에 분배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의 욕망은 합리적인 해석을 방해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5월에 열린 포럼에서 “(부동산의)자본화는 변동성을 키우는 주요 원인이 맞다. 부동산이 사고 파는 대상이 됐을 때 갖는 시장의 비합리성, 쏠림현상은 우려된다”고 말한 것도 마찬가지다.

◇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잡자”… 보유세·거래세 조정 필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1.50% 수준에서 9개월 연속 동결했다. 연내 금리 수준을 한 번 올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눌렀다. 이유는 ‘불확실성’이었다. 문제는 계속된 저금리 기조는 시장에 유동성을 급격하게 늘린다는 점이다. 싼 이자를 등에 업은 ‘돈 많은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은행에서 빌려 주택에 투자할 수 있는 좋은(?) 환경에 마련된 셈이다.

이 때문에 금리를 조정하지 않는 이상 지금의 규제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준 금리를 올리지 않으니까 화폐 가치가 낮아지고 예금 총량이 많아지면서 유동성이 너무 많이 풀려 있다”며 금리 인상을 최우선 과제로 지적했다. 당국에서는 LTV, DTI 규제를 하고 있지만, 이는 결국 실수요자를 억압하는 수단이 된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투기하는 사람들이나 이 제도를 이용하지 실수요자들은 그것을 최소화시키면서 간다”며 “과거에 정책들이 부동산 시장에 먹혀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신 김 교수는 더 적극적인 규제를 요구했다. 그는 “보유세를 대폭 올리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며 “팔면 세금이 나가는 구조에서 누가 집을 판매하려고 하겠나”고 지적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보유세와 거래세가 둘 다 높아 주택 보유자가 매매할 요인이 없다는 것. 결국 규제가 시장 참가자들을 유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아울러 김 교수는 “공급정책을 늘리는 것도 좋은데, 재건축연한을 일시적으로 낮추면 일부분 해결될 수 있다”며 “서울의 재건축연한을 20년으로 낮춰버리는 등으로 규제를 강하게 풀어버리면 된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제발 재입고 좀 해주세요"…이 갈고 컴백한 에스파, '머글'까지 홀린 비결 [솔드아웃]
  • 부산 마트 부탄가스 연쇄 폭발…불기둥·검은 연기 치솟은 현장 모습
  • BBQ, 치킨 가격 인상 또 5일 늦춰…정부 요청에 순응
  • 트럼프 형사재판 배심원단, 34개 혐의 유죄 평결...美 전직 최초
  • 뉴진스 뒷담화 사실여부 질문에…민희진 "3년 전에 카톡 다 기억하나?"
  • 정용진 부부 데이트 현장 포착한 '밥이나 한잔해'…식당은 어디?
  • “이게 제대로 된 정부냐, 군부독재 방불케 해”…의협 촛불집회 열어 [가보니]
  • 비트코인, '마운트곡스發' 카운트다운 압력 이겨내며 일시 반등…매크로 국면 돌입 [Bit코인]
  • 오늘의 상승종목

  • 05.3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980,000
    • +0.56%
    • 이더리움
    • 5,200,000
    • -0.15%
    • 비트코인 캐시
    • 648,000
    • +0.39%
    • 리플
    • 720
    • -0.55%
    • 솔라나
    • 231,700
    • +0.3%
    • 에이다
    • 625
    • +0.16%
    • 이오스
    • 1,128
    • +1.62%
    • 트론
    • 156
    • +1.3%
    • 스텔라루멘
    • 148
    • +0.68%
    • 비트코인에스브이
    • 86,450
    • +0.7%
    • 체인링크
    • 24,920
    • -3.19%
    • 샌드박스
    • 606
    • -0.1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