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맡겼더니 멋대로 투자한 증권사 직원… 法 "투자자에게 23억 지급해야"

입력 2018-02-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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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증권도 공동책임 인정

10년 동안 자산을 믿고 맡긴 고객 몰래 주식거래를 한 증권사 직원이 23억 원대 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법원은 증권사도 공동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봤다.

서울고법 민사16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투자자 이모 씨의 유족 주모 씨 등 7명이 SK증권과 전직 자산관리 담당직원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판결이 확정되면 A씨는 이 씨 상속인들에게 23억905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 중에서 18억4724만 원은 SK증권도 공동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 씨 아들은 이 씨가 치매로 건강상태가 악화되자 상속을 대비해 삼성전자 주식 등을 매각해 현금화할 것을 주문했지만 A씨는 다른 상품에 투자했다. 이 일로 SK증권에 항의하자 A씨가 며칠 뒤 퇴사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재판부는 자산관리 담당직원이 고객 의사와 무관하게 임의매매한 데 따른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SK증권 강남PIB센터 직원인 A씨가 이 사건 각 계좌를 관리하면서 이 씨 부부의 건강상태가 악화돼 정상적인 의사표현이나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황을 계기로 고객의 사전 지시나 사후 승낙도 받지 않은 채 임의로 주식을 매매했다"고 밝혔다.

이 씨 부부가 미래에셋에서 주식 매매거래를 할 당시와 SK증권에 계좌를 개설한 이후에도 A씨에게 주식 거래에 관한 포괄적 권한을 부여했다거나 임의매매를 알고 승인했다고 보기 어렵다는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A씨가 이 씨 부부나 가족들의 동의 없이 잔고통보방식을 HTS 또는 이메일 방식으로 변경하거나 거래 방식을 일반 주문대리방식으로 임의로 변경했던 점은 당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씨 부부 자녀들이 이 씨 부부 상태를 충부히 알고도 계좌 관리에 소홀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과 A씨와 이 씨 부부가 그동안 거래해온 관계 등을 고려해 회사가 부담하는 책임 비율을 80%로 제한했다.

이 씨 부부는 2004년부터 미래에셋에 금융계좌를 개설하고, 10년간 A씨에게 2404억 원대 주식매매를 맡겼다. A씨는 미래에셋증권 지점장으로 근무하다가 2014년 3월 SK증권으로 이직했다.

SK증권으로 이직하게 된 A씨가 자신이 옮기는 회사 계좌로 자금을 이관해달라고 부탁하자 이 씨 부부는 흔쾌히 응했다. 하지만 이 씨가 노환으로 사망한 뒤 상속인들은 A씨가 자산을 마음대로 관리하다가 입은 수십억 원대 손해를 배상하라며 A씨와 SK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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