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세종청사 한가운데 중앙기자실을 허하라

입력 2016-10-20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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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필 정치경제부 기자

아버지는 반평생 공무원으로 사셨다. 지금보다 앞선 세대지만 평일은 물론 토요일에도 퇴근이 늦었다. 그 때문인지 ‘공무원은 칼퇴근’이란 일반적인 인식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앞으로도 이런 기조는 그다지 바뀔 것 같지 않다. 저녁 시간이 지나도 부처마다 창에 불이 켜져 있다. 그런데도 싸잡아 욕을 먹는다. 왜일까.

얼마 전 모 부처 서기관과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그는 식사 시간 내내 아이디어가 그칠 줄 몰랐다.

그는 청사 중앙에 미디어센터를 지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각 부처에서 하는 브리핑이 쏟아지는데, 그걸 한자리에서 하면 좋겠다는 취지다. 부처별 구획은 나누더라도 결국에는 큰 틀에서 일맥상통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세종 정부부처 출입기자는 보통 서너 개 부처를 담당하는데 이동의 수고를 덜 수 있다. 특히 카메라 기자는 한자리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을 수 있어, 브리핑 시간마다 이리저리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출입기자단이 아닌 매체도 자유로운 취재가 가능해져 국민의 알권리가 증대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중앙기자실을 비롯한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모두 윗선에서 묵살됐다고 했다. △지하로 부처가 통하는 주차장 길과 지상의 공원화 △건물별로 공기가 통하는 건강 계단 △쓰레기 처리장 외부화와 스포츠센터 내부화 등 여러 의견을 냈지만 모두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제 윗선에서 시키는 일만 하는 공무원화가 될까 두렵다고 했다. 얼마나 많은 공직자들이 이런 과정을 거쳤을까.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의욕 좋게 시작했다가 결국엔 지시하는 일만 하게 되는 포기의 수순을. 소위 윗선이라 불리는 자들의 정무적 판단에 따라 아닌 것도 맞게, 맞는 것도 아니게 해야 하는 괴리의 당연시를. 최근 들어 유난히도 공직자들은 싸잡아 욕을 먹는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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