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의 중구난방] 기활법, ‘정저지와’ 제약업에 활력 불어넣길

입력 2016-08-2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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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1부 차장

국내 제약산업은 대표적인 공급과잉 업종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작년 기준 국내 제약시장 규모는 19조2354억 원이다. 올해 전 세계 제약시장 규모가 14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이처럼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국내 제약업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낮다. 하지만 제약 업체는 난립해 있다. 국내 의약품 제조업체 수는 851개이며 완제 의약품을 생산하는 제약사는 307개다. 이 중 연매출이 100억 원 미만인 곳은 148개사로 절반에 가깝다. 나머지 절반 중에서 연매출이 1000억 원을 웃도는 중견 제약사는 38곳뿐이다. 이들이 국내 제약시장 규모의 70~80%를 차지하는 셈이다.

산업 규모 자체는 ‘정저지와(井底之蛙)’ 수준인데 제약사는 난립하다 보니 상당수 제약사가 과열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리베이트에 의존한다. 또 자체 신약을 개발할 여력 자체가 되지 않아 외국계 제약사의 약을 판매해 받은 수수료로 연명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 M&A(인수합병) 등을 통한 제약산업의 재편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맞물려 최근 본격 시행된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은 1990년대 후반 기활법과 유사한 산업재생법을 도입했으며, 제약업체가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이 탄생했다. 2005년 후지와 야마노우치제약이 M&A 등을 거쳐 아스텔라스제약으로 탈바꿈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일본 제약산업은 800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3위로 성장했다.

국내 제약산업의 특성상 상당수 제약사가 오너 2~3세에게 대물림 방식으로 경영권을 이어가고 있어 M&A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또 복제약에 의존하는 제약사가 다수여서 M&A를 하더라도 시너지가 없을 것이란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국내 제약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음은 자명하다. 국내 제약업계는 M&A 등을 통해 기업규모를 확장하고 체질을 개선하며 신약후보 물질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시급하다.

국내 제약업계는 기활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제약사들은 기활법을 통해 사업재편 지원금과 우대보증, 시설투자 펀드 등의 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사업 혁신에 필요한 연구개발 비용을 비롯해 고급 연구인력 채용도 지원받을 수 있다. 합병 시 법인세 분할납부 등 세제 특례도 있다.

최근 글로벌 제약업체 화이자는 항암제 개발사 메디베이션에 이어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생제 사업을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인수했다. 화이자는 이 같은 M&A를 통해 업계 1위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복제약에 의존하며 현재에 안주하려고만 해서는 국내 제약산업의 장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국내 제약업계에서 화이자와 같은 대규모 M&A 사례를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기활법 시행을 계기로 제약사들이 체질 개선은 물론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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