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총의 映樂한 이야기] 영화 <원스>와 '글렌 핸사드' 그리고 '스웰 시즌'

입력 2014-08-0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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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원스> 포스터)

◆I Don`t Know You, But I Want You…

전 세계적으로 영화 <원스(Once)>의 OST만큼 사랑받은 영화음악도 드물 것이다. 특히 <원스>의 주제곡이자 1번 트랙인 'Falling Slowly'는 국내에도 잘 알려진 명곡이다. 영화 <원스>는 몰라도 정적인 어쿠스틱 반주에 남녀가 함께 "아·돈·노·유·벗·아·원·츄…" 한 단어씩 던지는 노래는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하다.

사실 음악을 빼면 <원스>는 헐벗은 겨울나무처럼 초라하다. 86분의 러닝타임을 끌어가기에 버거워 보이는 스토리는 대단한 플롯이 없는 그저 하다만 사랑 이야기에 불과하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해피엔딩도 아니고, 사랑을 방해하는 연적(戀敵)도 없을뿐더러 격정멜로와 같은 파격노출신은 더더욱 없다. 그저 이름도 없는 남자역의 '글렌 핸사드(Glen Hansard)'와 이름도 없는 여자역의 '마케타 잉글로바(Marketa Irglova)' 그리고 나긋나긋하고 올드한 어쿠스틱 음악이 있을 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원스>는 로봇으로 변신하는 자동차가 도시 한복판에서 건물을 때려 부수는 부자연스러운 영화를 즐기는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영화는 아니다.

(사진=영화 <원스> 포스터)

◆영화 <원스>와 글렌 핸사드

투박하게 읊조리는 핸사드의 목소리는 요즘 잘 나가는 포크 뮤지션인 '잭 존슨'이나 '제이슨 므라즈'처럼 찰지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핸사드의 목소리가 밴드 사운드를 뚫고 나올 만큼 충분히 뚜렷한 이유는 그만큼 영리하게 노래하기 때문이다.

특히 4번 트랙 "When You Mind's Made Up"에서 공기반 소리반으로 울려 퍼지는 핸사드의 폭발력은 여타 악기들을 압도해버리는 육성 스케일을 보여준다. 동네 멍청이들의 녹음으로만 생각했던 프로듀서가 "Wow… That Was Nice…"라고 말하는 대사가 진심으로 느껴질 정도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으로 와닿는 곡은 꼭 영상과 함께 봐야 하는 5번 트랙 "Lie"와 마지막 스페셜 트랙 "Say It To Me Now"다. 이 두 곡에서 핸사드는 말해야 할 때와 울어야 할 때를 잘 알고 노래한다. 그것이 바로 핸사드가 감정선의 끝을 아슬아슬하게 달리면서도 결코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다.

(사진=영화 <원스> 포스터)

◆그리고 스웰시즌(The Swell Season)

글렌 핸사드는 영화에 출연한 마케타 잉글로바와 실제 연인이 되어 2006년 그룹 '스웰 시즌(The Swell Season)'을 결성한다. 스웰 시즌의 첫 음반 'The Swell Season'은 사실 스웰 시즌의 음악성을 논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절반 정도 되는 곡이 이미 <원스>의 OST 음반에 수록됐던 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앨범 중간에 간간이 보이는 새로운 곡들은 스웰 시즌이 단순히 <원스>의 후광을 등에 업은 프로젝트 그룹은 아니라고 말해줬다. 특히 핸사드의 호소력은 오히려 <원스>에서 더 절제됐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더 깊고 더 무겁다.

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마케타 잉글로바의 음악적 역량 역시 놀랍다. <원스> OST의 2번 트랙 'If You Want Me'나 7번 트랙 'The Hill'을 통해 처량함과 음산함의 절정을 뽐냈던 잉글로바 역시 'The Swell Season'의 마지막 트랙인 'Alone Apart'를 통해 사무치는 고독감의 결정체를 보여준다.

아무튼, 핸사드과 잉글로바는 결별했다. 잉글로바는 다른 남자와 결혼해버렸고, 남겨진 스웰 시즌의 곡들은 이들의 관계만큼이나 뻘쭘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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