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된 외환시장 여건에도 지속되는 '원화약세'

입력 2009-07-10 13:5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달러 자금시장 불안 원인..은행권 달러 수요도 여전

우리나라의 대외 무역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외국인의 국내 주식 및 채권 자금 유입이 지속되는 등 개선된 국내 외환시장 여건에도 최근 원화가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3일 1233.20원을 기록한 이후 꾸준한 상승 흐름을 이어오면서 전날에는 1279.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 기간 동안 환율은 45.80원 상승했다.

물론, 이같은 원화값 하락이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했을 때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의 달러화 수급 여건을 보면 다소 의아하다고도 해석 가능한 부분이다.

전통적으로 원ㆍ달러 환율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일련의 공급 여건들이 2분기 들어 크게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더욱 그러하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누적 집계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사상 최고치인 216억달러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과 채권 순매수세 또한 5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는 74억달러를 나타냈고 외국인들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원화 기준으로 10조원(80억달러)에 달하는 등 외환시장내 달러화 공급 여력은 풍부한 편이다.

10일 한국투자증권 매크로 분석팀은 무역수지 흑자, 외국인 주식 및 채권 자금 유입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이처럼 약세를 보이는 주된 원인으로 달러화 자금시장의 불안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특히, FX스왑 시장의 선물 환율과 현물 환율 차이를 나타내는 '스왑포인트'나 통화스왑 시장의 CRS금리와 IRS금리 차이를 의미하는 '스왑베이시스'와 같은 지표들이 여전히 달러 유동성 여건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시장조사기관인 톰슨데이타스트림(Datastream)의 분석에 따르면 3개월 스왑포인트는 지난 9일 기준으로 -2.5원을 기록하고 있어 아직 현물 달러 수요가 우세한 상황이다.

스왑포인트는 지난 6월 말에 -7원 정도로 벌어진 후 역전 폭이 좁혀지면서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적정 스왑포인트와는 여전히 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 달러화 자금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스왑베이시스(CRS-IRS)를 보면 단기 외화 자금시장보다 개선 속도가 훨씬 더딘 것이 확인된다.

이처럼 현ㆍ선물 환율간 스왑포인트가 크게 확대되고 스왑베이시스가 격차가 여전하다는 것은 원화값 약세는 물론이거니와 실제 국내 외환 유동성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1년물 스왑베이시스는 -2.51%포인트로 최근 역전 폭이 다소 축소되고 있다고 하나 여전히 안정된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스왑 딜러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상황은 국내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달러 자금을 빌리기 위한 조달 비용이 아직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원화값 약세도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해석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중 은행권의 달러 자금 수요가 아직 남아 있다는 점도 개선된 외환시장 여건에도 불구하고 원화값 약세 흐름을 이어가는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시중은행권의 한 외환 딜러는 "참고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원화가 큰 폭의 약세를 보였던 이유 중 하나는 은행들이 과도하게 단기 외채를 보유했다는 점"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금 시장이 경색되면서 단기 외채의 만기 연장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작년 9월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이후 10월 한 달 동안 시중 은행들은 200억달러 이상의 단기 외채를 상환하면서 달러 자금 사정이 극도로 악화됐던 경험을 갖고 있다.

이에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과 미국과의 통화스왑 자금을 활용해 은행들에게 달러를 공급했고 은행들은 이 자금을 빌려 외채 상환에 활용했다.

전 이코노미스트는 "이 자금은 지난 1월말에 239억달러에 달했으나 이후 차츰 감소하는 추세"라며 "지난 2월 이후 6월까지 133억달러를 순상환했고 현재 잔액은 106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무역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지속되고 있음에도 원화가 오히려 소폭의 약세 흐름을 보이는 것은 이처럼 은행들의 달러 자금 상환 수요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외국계은행의 한 외환 딜러는 "지난해와 같이 국내 은행들이 만기 연장되지 않은 단기 외채들로 인해 달러 수요가 크게 늘면서 원화값 하락, 선물환 저평가, CRS 금리 하락과 같은 흐름을 연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은행권의 단기 외채가 완벽하게 상환되기 전까지는 불안 우려가 가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항상 화가 나 있는 야구 팬들, 행복한 거 맞나요? [요즘, 이거]
  • 지난해 '폭염' 부른 엘니뇨 사라진다…그런데 온난화는 계속된다고? [이슈크래커]
  • 밀양 성폭행 가해자가 일했던 청도 식당, 문 닫은 이유는?
  • '장군의 아들' 박상민, 세 번째 음주운전 적발…면허 취소 수치
  • 1000개 훌쩍 넘긴 K-편의점, ‘한국식’으로 홀렸다 [K-유통 아시아 장악]
  • 9·19 군사합의 전면 효력 정지...대북 방송 족쇄 풀려
  • 단독 금융위 ATS 판 깔자 한국거래소 인프라 구축 개시…거래정지 즉각 반영
  • KIA 임기영, 2년 만에 선발 등판…롯데는 '호랑이 사냥꾼' 윌커슨으로 맞불 [프로야구 4일 경기 일정]
  • 오늘의 상승종목

  • 06.0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6,032,000
    • -0.02%
    • 이더리움
    • 5,247,000
    • -1.17%
    • 비트코인 캐시
    • 650,000
    • +0.39%
    • 리플
    • 729
    • +0.55%
    • 솔라나
    • 230,100
    • -0.22%
    • 에이다
    • 635
    • +0.47%
    • 이오스
    • 1,104
    • -3.33%
    • 트론
    • 158
    • +0.64%
    • 스텔라루멘
    • 147
    • -1.34%
    • 비트코인에스브이
    • 84,800
    • -0.47%
    • 체인링크
    • 24,570
    • -2.38%
    • 샌드박스
    • 629
    • -3.2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