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확대’ 의대 신설되나요…확대 방식·규모는? [이슈크래커]

입력 2023-10-16 16:16 수정 2023-10-1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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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15일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2006년 이후 동결된 의과 대학 정원이 변화를 맞을 전망입니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 계획을 19일 발표할 계획인데요. 아직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매해 1000명 이상을 늘리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합니다.

정부와 의료계는 2025년도 입시부터 적용할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올 초부터 논의해왔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필수의료 확보와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강조해왔는데요.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줄였던 351명만큼을 원상 복귀하거나 500명 정도 늘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습니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1000명 수준의 증원도 검토됐는데, 규모가 이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언급됩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 임기 내 의대 정원을 3000명에서 8000명까지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파격안’까지 거론되고 있는데요. 다만 보건복지부는 16일 “의대 정원 규모, 발표 시기 및 방식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2022년 3월 11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가 분주하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용 사진. (뉴시스)
▲2022년 3월 11일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 응급의료센터가 분주하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용 사진. (뉴시스)
의대 정원, 2006년 이후 동결…필수의료 부족·지역의료 붕괴 지적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건 갈수록 의사 수요는 늘고 있지만, 공급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17년째 3058명으로 동결돼 있는데요. 응급실,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심각해졌고, 지방의료 인프라도 붕괴 위기에 직면하면서 의대 정원을 확대하겠다는 결단을 내린 거죠.

실로 강원도 속초의료원 응급실은 전문의 5명 중 3명이 잇따라 퇴사하면서 올 1월부터 주 4일 단축 운영하는 파행을 겪었습니다. 급히 인력 채용에 나서봐도 응시자가 없으니 방법도 없었죠. 전문의 연봉을 4억 원대로 올리고, 응급의학과 전공의 4년 수료자까지로 응시 자격을 확대하는 등 일련의 조처를 통해 의사 공백을 메울 수 있었습니다.

‘응급실 뺑뺑이’도 허다합니다. 올 3월 대구에선 4층 건물에서 떨어진 10대 청소년이 2시간 넘게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가 치료를 받지 못한 채 구급차에서 숨지고 말았습니다. 5월엔 경기 용인시에서 70대 노인이 후진하던 차량에 치여 사고 접수 10분 만에 구급대원들에게 구조됐는데요. 인근 대형병원 12곳이 중환자 병상 부족 혹은 응급 의료진 부족 등을 이유로 환자를 받는 걸 거부했습니다. 결국 그는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습니다.

소아과는 매일 아침 병원 문이 열리기 전부터 소아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몰리면서 ‘오픈런’ 줄까지 늘어서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필수의료 분야 인력 부족과 지역의료 붕괴의 원인 중 하나를 ‘의사 수 부족’이라고 본 겁니다. 의사를 양성하는 의대 정원을 늘려 2025학년도 대입에 반영하기로 한 거죠.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서울의 한 의과대학. (연합뉴스)
“2050년엔 의사 2만2000명 부족”…선진국 의대 정원은?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에 기반해 의료수요를 전망한 결과, 2050년엔 약 2만2000명의 의사가 부족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2020년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보건경제학) 교수팀의 ‘의사인력의 중장기 수급 추계와 정책대안’ 논문에 따르면 향후 부족한 의사 인력 규모는 2030년 2만5746명, 2040년 2만7013명, 2050년 2만8279명 등으로 예측됐습니다. 이 수급 모형을 토대로 필요한 의대 정원을 추계해보니, 2020년부터 정원을 1000명가량 늘려도 2050년까지 의사 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요국과 비교해봐도 현재 한국의 의대 입학 정원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15일 보건복지부 내부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한국(2020년 기준 5184만 명)과 인구가 가장 비슷한 영국(6708만 명)은 2020년에 의대 42곳에서 모두 8639명을 뽑았습니다. 국내 의대 정원과 비교해보면 3배 가까이 되는 수치입니다.

우리보다 인구가 다소 많은 독일(8317만 명)은 같은 해 39개 공립 의과대학의 총정원이 9458명입니다. 독일에서 가장 많은 입학생을 받은 곳은 뮌헨 루트비히 막시밀리안 대학으로, 그해 입학 정원이 527명이었습니다. 독일 대학 한 곳의 입학 정원이 우리의 20%에 맞먹는 모습이죠.

인구 변화 패턴이 비슷한 일본(1억2626만 명)은 같은 학년도에 81개 의과대학에서 총 9330명을 받았는데요. 학교마다 대체로 100∼120명씩 고르게 뽑았습니다. 호주는 총 3845명(21개 대학 기준)을 뽑아 우리와 비슷한 규모로 나타났는데요. 호주 인구(2566만 명)는 우리의 ‘절반’에 불과합니다.

지금도 한국보다 의대 정원이 훨씬 많지만, 선진국들은 규모를 더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고령화 등으로 의료 서비스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죠. 독일 카를 라우터바흐 보건장관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의대생을 연간 5000명씩 늘릴 것”이라며 “우리는 즉시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베이비붐 세대가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의대생들이 8월 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심혈관조영실에서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의대생 실습지원 사업 관련 심혈관조형실 시술 실습 참관을 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용 사진. (뉴시스)
▲의대생들이 8월 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병원 심혈관조영실에서 보건복지부 필수의료 의대생 실습지원 사업 관련 심혈관조형실 시술 실습 참관을 하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자료용 사진. (뉴시스)
의사 수·의대 정원 모두 서울에 ‘집중’…지방의대 중심 증원 가능성

전 권역별 의대 입학 정원 차이가 크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의사 수와 의대 정원이 모두 서울에 집중돼 있는데요. 인구 천 명당 의사 수는 2021년 기준 서울 3.37명으로, 전국 평균(2.13명)을 훨씬 넘습니다. 같은 수도권이더라도 경기는 1.68명, 인천은 1.77명에 불과해 서울만 벗어나면 의료 인프라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는 기형적 구조를 보입니다.

전국 의대 40곳 중 8곳이 서울에 몰려 있는데, 지역별 의대 정원 편차도 큽니다. 2021년 권역별 의대 입학 정원은 서울이 826명으로, 전체 의대 정원(3058명)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어 △부산·울산·경남(459명) △대구·경북(351명) △대전·충남(332명) △강원(267명) △광주·전남(250명) △전북(235명) △인천·경기(209명) △충북(89명) △제주(40명)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남과 세종에는 의대가 없죠.

인구 1만 명 당 의대 정원은 2021년 기준 서울 0.87명으로 전국 평균(0.59명)의 1.5배에 달하고요. 경기(0.09명), 경북(0.19명), 경남(0.23명) 등은 서울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의대 정원이 적습니다. 지역에서는 3억~4억 원대의 고연봉을 제시하고도 의사를 쉽게 구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에 정부는 지방 국립대를 위주로 의대 정원을 확대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방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방에 남아 일할 확률이 수도권에서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방에서 일할 확률보다 훨씬 크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의사의 지역 근무 현황 및 유인·유지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활동 의사 418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지방 광역시·도에 있는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방에서 근무하는 경우는 각각 60%, 40%가량이었습니다. 수도권에서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지방에서 일하는 비율은 13%에 그쳤죠.

지역인재전형 비율 확대에 힘을 실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고등학교 전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만 해당 지역 내 의대에 지원할 수 있는 전형입니다. 앞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언론 인터뷰에서 “지역 간 의료 불균형 완화를 위해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죠.

국립대 병원의 의사 인력·임금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국립대 병원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육부 산하 ‘기타 공공기관’에 속해 있는데요. 이에 국립대 병원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필요한 정원 규모를 보고하고 정원 조정에 대해 정부와 협의해야 하며, 총액인건비를 정부가 정하는 인상률 한도에서 책정해야 합니다. 민간 병원에 비해 낮은 보수를 줄 수밖에 없고, 민간 병원 유출도 심화돼 의료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죠.

국립대 병원 의사 인력의 정원·임금 규제가 없어지면 우수한 의사의 인력을 국립대 병원으로 끌어모으면서 의사 인력의 수도권 쏠림, 민간병원 유출 심화를 막고 지방 국립대 의대의 지역 거점병원으로서 역할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2020년 8월 7일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 앞에서 전문의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집단 휴진에 돌입한 2020년 8월 7일 서울 서초구 성모병원 앞에서 전문의들이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의료계 반발…“총력 대응 나설 것”

관건은 의료계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입니다. 현재 의료계는 정부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풀어나가기로 한 의대 정원 확대를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게 신뢰를 깨트리는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죠.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를 기정사실로 한 보도는 대한민국 의료계를 경악과 혼란을 초래하고 수험생을 둔 학부모와 이공계 대학생의 미래를 뒤흔들어 사회 전체를 혼란으로 빠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한다”며 “보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의협은 가용한 모든 수단으로 총력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총력 대응’은 2020년 당시 정부가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을 늘리는 계획을 발표하자, 의협을 중심으로 총파업과 집단 휴진을 벌인 걸 상기시키는데요.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문제의 핵심은 의사 수가 아니라 필수의료에 지원하지 않는 의료 환경의 개선”이라며 “정부가 내팽개치는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의협은 17일 전국 의사 대표자 회의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대한 구체적인 투쟁안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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