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 버튼 누른 연준…코로나 공포에 정책 신뢰 잃었다

입력 2020-03-04 11:20 수정 2020-03-0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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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코로나19서 미국 경제 구할 수 없어…경기순환 대응 능력 상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3일(현지시간)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3일(현지시간)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D.C./AP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한 건 다방면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연준의 시도는 인정하지만, 그동안 추구해온 금융정책 판단 기준을 무너뜨리면서까지 시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결정 때문에 연준이 오히려 시장의 신뢰를 잃게 됐다고 지적했다.

NYT에 따르면 연준이 금융정책을 판단하는 핵심 기준은 고용과 물가상승률로, 이날 결정은 이들 기준과는 전혀 무관했다. 미국의 최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고, 실업률도 여전히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낮은 상태이지만, 연준이 대폭적인 금리 인하를 할 정도는 아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실시한 금리 인하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연준이 금리를 0.25%포인트씩 조정했던 ‘베이비스텝’에서 크게 벗어나 그 두 배인 0.50%포인트 인하를 결정한 것에 주목, 코로나19 때문에 평정심을 잃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NYT는 연준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한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지난주 뉴욕증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블랙위크(Black Week)’를 연출하자 트럼프의 금리 인하 압박에 연준이 덜컥 넘어갔다는 것이다.

사실 현 국면에서 금리 인하는 미국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평가다.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우위를 빼앗길 수도 있고, 워낙 금리가 낮아진 상황이어서 향후 새로운 경제위기에 대응할 실탄 부족 상황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이날 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두 가지는 확실하다”며 “코로나19가 경제에 점점 더 심각한 충격을 미칠 것이라는 점과 연준 및 다른 중앙은행들의 대응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제가 요동칠 수 있다”며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고 경종을 울렸다.

NYT는 “현재 시장을 동요시키는 건 바이러스”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최전선은 금융당국이 아니라 각국 보건당국과 연구소, 제약사 등에 맡겨야 한다”고 권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연준이 코로나19에서 미국 경제를 절대 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연준이 감염 확대에 따른 공급망 혼란으로 부품을 조달하지 못하는 공장을 재가동시키거나 불안에 빠진 여행자들을 비행기에 태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연준 등 중앙은행이 경기순환 대응 능력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과거 경기 침체는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 자산가격 급락 등에 의해 발생했다. 현재는 생산성 개선 속도 둔화와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이 글로벌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상황이어서 중앙은행의 정책수단이 무기력해졌다고 WSJ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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