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백지장이 아닌 육아를 맞들어야 할 때

입력 2020-02-1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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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석 고용노동부 통합고용정책국장

(사진제공=고용노동부)
(사진제공=고용노동부)
가끔 출근길에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을 볼 때가 있다. 엄마와 함께 오는 아이 절반, 아빠 손을 잡고 가는 아이가 절반 정도 된다. 이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다. 육아휴직 중인 아빠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아빠로서의 존재감’, ‘진짜 아빠’와 같은 말들을 유독 많이 듣게 된다. 아빠들이 드디어 육아전쟁에 뛰어들면서 오히려 자아 존중감이 높아지고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1988년 육아휴직이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2만 명을 돌파했다. 매년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 중이며, 육아휴직자 수도 연간 10만 명을 넘어섰다. 한 해 태어나는 아기의 3분의 1은 엄마나 아빠가 육아휴직을 사용해 돌보는 셈이다. 이제 자녀가 있는 사람에게 육아휴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남들보다 앞서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일·가정 양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기업들은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육아휴직을 경험한 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에서도 육아휴직 사용 후 전반적인 가족관계가 좋아졌냐는 질문에 86.8%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으며, 77.9%가 생산성 및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일·생활의 균형이 근로자에게는 삶의 만족도를 높이고, 고용주에게는 생산성을 높이는 촉매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최근 여성고용률과 경제활동 참가율은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으며 남녀 임금 격차도 조금 줄어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엄마는 일과 육아를 저울질하며 경력단절을 고민한다. 아빠 육아 참여가 늘고 있다지만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1.2%에 불과해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듯하다.

라테파파(lattepapa)의 나라 스웨덴에서는 남성 육아휴직자가 절반 가까이에 이른다. 스웨덴도 한두 세대 전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적극적인 맞돌봄 정책을 펼친 결과 출산율이 2.0까지 치솟았다. 일하면서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 결과 개인의 행복도도 높아지고 국가 경쟁력도 높아졌다. 스웨덴의 사례를 반추해보면 남성이 육아에 참여해야 경제도 성장하고 저출산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맞돌봄 문화’에 집중해야 한다. 아이가 아프면 아빠가 연차를 내고 병원에 데려가는 것이 흔히 있는 일이 되도록 부모가 함께 아이를 돌보는 것이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일·생활 균형을 위한 제도들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배우자출산휴가가 유급 3일에서 유급 10일로 획기적으로 확대됐으며, 올해부터는 가족돌봄휴가와 가족돌봄 등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도 시행됐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도 확대돼 장기간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남성 근로자들도 육아와 가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이달 28일부터 시행되는 ‘부부 동시 육아휴직 허용’은 독박 육아에서 부부 공동 육아로 전환하는 출발점이다. 부모가 함께 아이를 돌보고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 관심이 많은 젊은 부모들이 마음껏 육아휴직을 사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라이프가 곧 일이었던 기성세대와 달리, 가정과 직장 중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젊은 사람들은 워라밸’(Wort-Life Balance)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워라하’(Wort-Life Harmony)를 외치고 있다. 일과 삶의 조화는 다름 아니라 가정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그 에너지로 직장에서 즐겁게 일하는 선순환 구조이다. ‘가화만사성’이란 옛말과도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함께 가야 멀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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