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글로벌가치사슬, 신북방에서 길을 찾다

입력 2020-02-1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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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박기영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우리나라의 글로벌가치사슬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일본 정부가 정치적 이유로 발동한 반도체에 투입되는 주요 소재에 대한 수출제한 조치와 전략물자 수출관리 우대 대상인 백색국가군에서 제외한 조치는 우리나라 주요 산업의 글로벌 소싱 전략에 경종을 울렸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중국으로부터의 부품 공급 차질로 자동차 등 국내 업계의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미중 통상분쟁과 함께 이 같은 통상, 산업환경의 급변은 우리 산업의 기존 글로벌가치사슬을 재점검하고 다변화를 추진해야 하는 숙제를 안겨주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을 찾고자 필자는 지난주 러시아를 방문했다.

맹인모상.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말로, 큰 코끼리의 특정 부위만을 느끼고 전체를 보지 못한다는 말이다. 역동적인 역사와 다양한 이미지로 러시아는 우리에게 조금씩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러시아 하면 불곰이 떠오르지만, 러시아 국장은 유럽과 아시아를 상징하는 머리가 두 개 있는 쌍두 독수리이다. 한국에 잘 알려진 러시아 문호는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지만, 러시아인들이 가장 사랑하고 자랑하는 작가는 푸시킨이다. 또한, 극동 지역은 항일투쟁, 발해 등 자랑스러운 역사와 함께, 자유시 참변, 고려인 강제이주 등 아픈 역사가 공존하는 곳이다.

러시아는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필자가 이번 모스크바 방문을 통해서 가장 강하게 느낀 것은 미래 신산업과 디지털 경제를 향한 러시아의 열정이다. 스베르방크는 러시아 1위 은행으로서 시가총액은 2016년에 러시아 가스 최대 공기업인 가즈프롬을 추월했고, 주가는 지난 5년간 4배 이상 상승했다. 주가의 상승 배경에는 혁신 신산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있다. 스베르방크는 은행에 특화된 인공지능(AI), 보안기술 등의 강점을 활용해 러시아 1, 2, 3위 인터넷 기업들과 제휴를 통해 온라인 음식·식료품 배달, 택시·카셰어링, 영상플랫폼, 보건·이헬스, 클라우드, 안면인식 등 새로운 사업 분야로 적극 진출하고 있다. 모스크바 시내에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가 시범 운행 중이고, 주차장 자동검색, 차량 공유서비스 등 온라인 서비스가 일상화 돼 있다. 원격의료 도입을 위한 법률도 이미 2016년에 제정한 바 있다.

러시아는 변화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지만, 일단 방향이 정해지만 빠른 속도로 나아간다. 사랑을 위한 결투로 38세에 목숨을 잃은 푸시킨, 사랑을 위해 황제와도 친한 직속 상관을 공격해 20년간 감옥살이를 감수한 ‘러브오브시베리아’의 주인공 톨스토이와 같은 뜨거움과 열정이 러시아인들에게는 잠재해 있다. 이러한 러시아이기에 신산업과 디지털 경제로의 발걸음도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인의 이러한 열정과 예술성은 우리나라 국민의 역동성과 가장 잘 어울리고 양국의 기술과 산업은 상호 보완적인 협력의 잠재력이 매우 높다.

우리나라가 러시아와 협력할 수 있는 가장 잠재력이 큰 분야는 부품·소재·장비 분야이다. 러시아는 기초화학과 소재 분야의 원천기술이 우수하고, 우리나라는 응용·제조기술과 상업디자인이 우수하니 상호보완적인 기술협력 잠재력이 높다.

둘째로, 자율자동차, 바이오·이헬스, 로보틱스 등 신산업에 대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러시아는 전통적인 수학 강국으로 소프트웨어 기초 기술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응용소프트웨어, 제조기술 등이 러시아의 전통기술과 융합되면 신산업분야에서의 협력 모델을 빠르게 발전시킬 수 있다.

세 번째로, 플랫폼, 융합형 비즈니스 분야에서 협력도 기대된다. 전자상거래, 공유경제 등 온라인에 기반한 플랫폼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유통, 병원, 플랜트 등 전통적인 융합·복합산업에서의 협력 모델도 강화해야 한다.

변혁과 저항의 꽃이었던 ‘빅토르 최’를 사랑했듯이 지금의 러시아 젊은이들은 K-브랜드에 열광하고 있다. 케이팝, 케이뷰티, 케이푸드 등 모든 케이브랜드가 러시아인의 사랑 대상이다. 서울 청담공원의 시비광장에는 정지영 님의 ‘고향’이라는 시와 함께,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라는 시가 나란히 놓여있다.

러시아 쌍두 독수리가 디지털의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오르려고 하고 있다. 올해 한-러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새로운 산업협력을 강화하고 '탄탄탄'으로 대변되는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정상외교 성과를 가시화해 우리나라 글로벌 가치사슬의 취약고리를 단단하게 보완해감으로써 올해를 명실상부한 신북방의 해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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