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일본 불매운동 현장… “일본 맥주, 동네 소비자들 손길 끊겼다"

입력 2019-07-08 17:40 수정 2019-07-0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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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상권일수록 분위기 싸늘... 중심가 출점한 유니클로ㆍ무인양품 등은 불매 체감도 낮아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무인양품 매장. 무인양품 측은 "평일 낮이라 한산하지만 일본제품 불매운동이후에도 매출 변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미선 기자 only@)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무인양품 매장. 무인양품 측은 "평일 낮이라 한산하지만 일본제품 불매운동이후에도 매출 변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미선 기자 only@)
#1. “제가 바로 일본 불매운동의 산증인이에요.”

8일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화장품 코너에서 만난 최 모(27)씨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 불매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음식이나 화장품 등 제 피부에 직접 닿는 먹고 바르는 것부터 서서히 피하게 됐다”면서 “이전에는 유난스럽단 소리를 들었는데 이번에 워낙 이슈가 되니까 다같이 동참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최씨는 “무엇보다 부모님 세대까지 ‘일본산은 안돼’란 인식이 생긴 게 신기하다”고 덧붙였다.

#2.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엄 모(32)씨는 “지난 토요일 목동 메가박스에서 소니픽쳐스가 수입 배급하는 영화 ‘스파이더맨’을 봤다. 소니 로고가 뜨자 초등학교 남학생들이 갑자기 ‘일본꺼, 소니’라고 크게 소리치는 바람에 부모들이 제지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는 가운데 오키나와 흑당 대신 필리핀 사탕수수원당, 하이테크·제트스트림·시그노 필기구 대신 모나미, 고양이 간식 마마쿡 대신 건강한펫 등 일본 브랜드를 대체할만한 제품에 대한 소비자 관심도 전방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 편의점선 일본 맥주 판매 ‘뚝’=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을 찾은 강 모(35)씨는 “원래 일본 메이크업 브랜드 루나솔, 헤어케어 브랜드 시세이도, 츠바키를 썼는데 이제는 국산 제품이나 다른 외국 브랜드에서 대체할만한 좋은 제품을 찾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백화점 내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 매장 직원은 불매 이슈과 불거진 지난 주말 새 아이브로우 서비스 취소 전화가 평소보다 늘어났다고 전했다.

일본 맥주는 제품 불매 운동의 직격탄을 맞았다. 금액대가 저렴한데다 국산 맥주와 유럽 맥주 등 대체재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판매가 급감한 일본 맥주 자리는 국산 맥주, 중국 맥주 등이 메꾸고 있다. GS리테일에 따르면 최근 5일간(3~7일) GS25에서 일본 맥주 판매 증가율은 -23.7%나 급감한 반면 국산 맥주는 8.4% 치솟았다. 중국 맥주 6.5%, 기타 4.5% 증가율을 기록했다.

브랜드별로 보면 OB맥주의 카스캔(500ml)이 직전주(6월 26~30일) 2위(매출비중 10.9%)에서 1위(14.3%)로 올랐다. 6월 마지막주 가장 많이 팔렸던 아사히캔(500ml)은 13.3%이던 매출비중이 10.0%로 급격히 축소되며 2위로 밀렸다. 지난주 7위(6.0%)에 랭크됐던 기린이치방캔(500ml)도 10위(4.5%)로 밀려났다.

일본 기업들도 이 같은 국내 소비자들의 반감을 인식한 듯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뫼비우스’ 등을 생산하는 JTI코리아는 당초 11일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돌연 일정을 연기했다. JTI코리아측은 “실내 흡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외 행사로 예정했는데, 당일 비가 예보돼 부득이하게 미룬 것”이라고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일본 브랜드를 둘러싼 따가운 시선 속에 신제품 출시를 대대적으로 알리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도심보다는 동네상권·지방상권일수록 영향 커=다만, 중심가와 동네 상권의 체감 온도는 사뭇 달랐다. 관광객이 몰리는 서울 동대문 인근의 한 편의점에서는 일본산 불매 운동의 영향을 느끼기 어려웠다. 여의도 편의점의 아르바이트 직원 역시 “주말 동안 불매 운동 영향은 크게 체감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동네 상권과 지방상권에서는 일본 상품 불매 움직임이 거세다. 충북 청주의 한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 모 씨는 “맥주 판매 상위권에 아사히와 칭타오, 하이네켄 등이 차지했는데, 요 며칠새 일본 맥주 수요가 뜸하다”면서 “특히 아사히는 지난주 금요일 3개 팔리더니, 맥주판매량이 가장 많은 토요일에도 한 개도 안 나갔다”고 말했다. 일본 담배의 경우 불매 운동 영향에서 비껴있는 모습이다. 이 점주는 “담배는 취향이 확고해 예전과 다름없이 팔리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편의점에서 일본 맥주 판매가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동네 슈퍼와 마트 등이 소속된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최근 일본산 제품 판매를 거부하고, 매대에서 상품을 빼는 등 적극적인 불매 운동을 벌이고 있지만, 편의점의 경우 가맹점이 본사로부터 직접 상품을 매입해 파는 구조라 반품이 어렵다 보니 참여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재고 처리로 문제 때문에 편의점주들의 판매 거부가 어렵지만 많은 점주들이 일본 상품의 신규 발주를 자발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유니클로 매장.(박미선 기자 only@)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유니클로 매장.(박미선 기자 only@)
일본 대표 브랜드인 유니클로와 무인양품도 주로 도심 중심가에 출점해 있어 불매운동 여파는 크지 않았다. 8일 오전 11시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은 한산했지만 유니클로 매장은 세일 덕분인지 북적였다. 입구에서부터 물건을 고르는 사람이 몇몇 보였고, 안으로 들어가니 낮 시간대임에도 사람이 제법 눈에 띄었다. 유아동 코너에서 만난 이 모(35)씨는 “일본기업 불매운동에 공감은 하지만 ‘가성비’를 포기할 수 없어 매장을 찾았다”고 말한다.

아이파크몰 내 무인양품도 불매운동 체감지수는 낮은 편이었다. 매장을 찾은 장 모(45) 씨는 “여기에서만 파는 물건이 필요해서 오긴 왔지만, 한번쯤 일본에 이런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인양품 점원은 “아이파크몰 매장은 매출이 잘 나오는 축에 속하는데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전후를 비교해 매출이나 방문고객 수의 변화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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