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수 없는 대북경수로 대출...“남북경협 본격화해도 상환받기 힘들어”

입력 2018-11-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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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각 처리 규모 ‘눈덩이’...정치 논리 반영 갈등 우려

남북협력기금의 경수로 대출 규모가 매년 불어나고 있지만 현 상황에서는 별 다른 묘수가 없는 상태다. 상각 처리하기에는 그 규모가 워낙 커져버렸다. 여기에 정치권의 진영 논리와도 긴밀하게 맞닿아 있는 탓도 크다. 앞으로 남북경협이 본격 재개될 시점에 이 문제가 공식 테이블에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이 상환에 동의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제네바 합의에서 경수로 건설 전면 중지까지 = 북한 경수로 건설은 1994년 제네바 합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은 북한의 핵 개발 동결을 대가로 1000㎿e급 경수로 2기와 중유 연간 50만 톤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경수로 개발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맡았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유럽의 국책은행들이 이에 대한 자금을 댔다. 한국에서는 수은의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1조3000억 규모로 지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제네바합의 이후 원유가격 상승과 KEDO 기여금 등의 부족으로 의무 이행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북한이 몇 차례 핵동결 파기를 선언한 것도 걸림돌이었다. 결정적 사건은 2001년 9·11테러다. 이를 계기로 당시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3대 테러국가로 지목했다. 이에 맞서 북한은 제네바합의에서 금지하기로 약속한 흑연감속로를 가동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제네바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결국 2006년 경수로 사업도 전면 중지됐다.

사업 중단으로 추가적인 지원금은 없었지만, 상환받지 못한 대출금은 매년 1%대의 이자가 붙으며 불어나 결국 7조 원 규모까지 불어났다. 특히 한국 정부가 빚내고 다시 갚는 식의 특이한 구조 때문에 ‘폭탄 돌리기’ 식으로 대출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관건은 남북경협… 상환받기는 사실상 불가능 = 정부에서는 이미 7조 원으로 불어나버린 경수로 대출금을 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대로 두기에는 앞으로 그 규모가 ‘눈덩이 굴리듯’ 커질 것이 뻔하지만, 상각처리하기에도 이미 규모가 커져버렸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경수로 건설이 무산된 뒤 일찌감치 해당 금액을 상각해 돌려받지 못 할 돈으로 간주했다”며 “한국은 그 시기를 놓쳐 비용처리하기에도, 그대로 두기에도 애매한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의 진영논리상 이 상황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입장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분은 단순히 문제보다는 정치권의 진영논리로 봐야 한다”며 “이미 상환받기 힘든 것이 기정사실이지만 이를 비용처리하면 야당에서 반발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수로 채권을 상각한다는 것은 사실상 북한의 빚을 탕감해주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보수 진영에서의 강한 반발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관건은 남북경협이다. 남북화해 분위기가 진전돼 경제협력이 본격화하면 관련 채권 문제도 공식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 “남북경협이 본격화할 때 어떤 식으로든 이 안건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북한이 이를 갚기는 어려울 것 같고, 그나마 대출금이 추가적으로 불어나지 않는 것에 의의를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북한이 7조 원이 넘는 금액을 갚긴 어렵다고 전망한다. 박해식 북한금융연구센터장은 “현재 채무불이행 상태에 있는 북한의 외채도 100억 달러(11조2950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것도 상환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 남북 경협 분위기에서 7조 원을 강하게 요구하긴 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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