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협정서 발 빼는 트럼프, 다자간 틀 파괴 대가 치른다

입력 2017-06-01 09:21 수정 2017-06-0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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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결국 파리기후변화협정(이하 파리협정)에서 발을 빼려는 모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종 다자간 무역·동맹 틀을 흔드는 것에 이어 무려 195개국이 참여한 지구온난화 방지 공조에서까지 탈퇴할 경우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고립되는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파리 기후협정에 관한 내 결정을 며칠 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지만 미국 언론들은 이미 백악관의 파리협정 탈퇴 결정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WSJ) 등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내로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의사를 밝힐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이란= 파리기후변화 협정은 트럼프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도로 지난해 11월 발효된 국제협약이다. 전 세계 195개국이 동참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지구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도 가량 상승해 각국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이 시급하다.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국가다. 트럼프의 결정으로 세계 2위 탄소 배출국인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한다면 목표 달성이 어려워져 협정 자체가 가지는 영향력은 크게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트럼프의 ‘마이 웨이’= 파리협정 탈퇴는 트럼프의 지난해 대선 기간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그는 “기후변화는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과도한 환경규제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해왔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파리협정 탈퇴 공약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백악관 내 ‘실세’로 불리는 맏딸 이방카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그리고 미국 최대 정유회사 엑손모빌을 이끌었던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까지도 파리협정 유지를 주장했다. 여기에 지난 27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제외한 6개국 정상은 트럼프에게 파리협정을 유지해달라고 설득에 나섰으나 실패해 미국을 빼고 이행을 약속한다는 최종성명을 발표했다. 이러한 목소리에도 트럼프가 ‘마이 웨이(My way)’를 택한 것은 러시아 대선 개입 의혹 등 ‘러시아 게이트’로 추락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공약 실현을 우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트럼프의 의도대로 파리협정 탈퇴와 환경 관련 규제 완화가 석탄산업의 부흥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10년 사이 전기시장에서 석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50%에서 30%대로 떨어졌으며 전문가들은 이 비중이 앞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석탄 등 에너지 업체들도 천연가스 개발에 열을 올리는 등 친환경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협정 탈퇴와 파장은=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스콧 프루이트 환경보호청(EPA) 청장을 포함한 소규모 팀이 협정에서 탈퇴하는 방식 등 세부사항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팀은 파리협약에서 공식 탈퇴할 것인지, 아니면 더 나아가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할 것인지를 판단한다. 파리협정은 탈퇴까지 최대 4년 정도가 걸리지만, 유엔협약 탈퇴는 1년이면 이탈할 수 있다. 파리협정보다 유엔협약 탈퇴가 시간은 적게 소요되지만 파장은 더 크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파리협정을 탈퇴하게 되면 다른 국가들도 ‘도미노 탈퇴’를 선언하거나 탄소 배출 절감 노력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있다. 파리협정을 포함해 세계 다자간 틀도 휘청거리게 돼 국제질서 혼란이 가중될 우려도 커지게 된다. 이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미국이 속한 다자간 무역·동맹 틀은 모두 트럼프의 입김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파리협정을 탈퇴할 경우 2001년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온실가스 감축 협약인 교토의정서를 거부했을 당시보다 외교적으로 더 고립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당시 교토의정서에는 중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이 포함되지 않아 미국이 불참하는 명분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이 참여하면서 마땅히 내세울 명분이 없어 각국 정상들이 그에 따른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럽연합(EU)과 중국은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에 공동 대응하고자 ‘그린 얼라이언스’로 연계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산업계 비판 잇따라…머스크, 트럼프 자문단 탈퇴 압박= 트럼프의 파리협정 탈퇴 소식에 산업계에서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애플을 비롯해 구글, 페이스북, 인텔, 모건스탠리 등 미국 대기업 수장들이 미국의 파리협정 유지를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정유사 엑손모빌 주주들은 트럼프가 파리협정에서 탈퇴해도 엑손모빌이 미국기업으로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도록 압박에 나섰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자문위원직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던 머스크는 트럼프 당선 직후 경제자문위원회와 제조업 일자리위원회 두 곳의 자문위원을 맡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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