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기획-여성기관&단체를 찾아] ⑤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인터뷰

입력 2016-03-04 08:10 수정 2016-03-04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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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불평등, 개선 됐다지만 아직…지속가능한 여성운동 중요”

(사진=최유진 기자 strongman55@)
(사진=최유진 기자 strongman55@)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지나 영등포의 한 작은 골목길에는 다양한 여성 이슈를 사회로 이끌어내 의제(Agenda)를 만들고 특정 현안에 대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며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고자 애쓰는 여성 활동가들의 집합소가 있다. 바로 ‘여성미래센터’.

이 곳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이 소통하고 연대하는 여성운동의 공간이다. 사무실과 회의실, 홍보·전시실, 카페와 다목적실 등으로 구성돼 있다. 1층에 자리한 작은 카페가 인상적이다. 매달 전시 주제를 바꿔 여성운동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으며 지역주민에게도 개방해 그들과 소통하며 여성운동의 이해 저변을 넓히고 있다.

현재는 분단 70주년을 맞아 지난해 5월 16개국 평화 운동가들이 비무장지대를 걸어서 넘는 행사인 ‘여성평화걷기(Women Cross DMZ)’ 사진전을 마련해 두고 있다. 바로 이 공간에서 오는 8일 세계 여성의 날 관련 기획 논의를 하고 있던 김금옥 여연 상임대표를 만났다.

“어느덧 32회를 맞았어요.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고 기억하며 성평등한 사회로 함께 나아가기 위해 1985년 한국여성대회로 만들었죠. 올해 슬로건은 ‘희망을 연결하라. 모이자! 행동하자! 바꾸자!’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3포 세대’를 넘어선 ‘N포 세대’, ‘흙수저’, ‘헬조선’ 등으로 표현됩니다. 삶은 혹독하고 희망을 품는 것조차 버겁죠. 여성의 삶도 고단합니다. 여성혐오는 일상이 됐고,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혐오 범죄도 증가하고 있죠. 이런 절망의 시대에 희망을 찾고 연대를 통해 변화를 만들어가는 행동의 장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번 한국여성대회의 핵심은 ‘3.8 퍼레이드’로 거리행진이다. 전국에 모인 1000여 명의 참가자들이 다양한 복색과 퍼포먼스로 성평등 가치실현 촉구, 여성폭력 근절 등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서울 광화문 인근 코스로 거리행진을 펼친다.

특히 올해는 20대 총선 한 달 앞두고 행사가 열려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여연은 사회 속에서 개인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연대’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힘은 유권자의 역할을 의미한다.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것이 행동으로 나타내야 하고 그 행동은 유권자의 힘이기도 하죠. 연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모여서 행동하면 바꿀 수 있습니다. 선거는 우리 모두가 변화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니까요. 그래서 ‘제 20대 총선의제만들기’라는 제목으로 여성이 더 나은 삶을 위한 100가지 전략 워크숍을 개최했고, 총선 이후 국회에서 주력할 성평등에 대한 젠더과제를 선정했어요. 총선 후보자의 공약에 이를 반영하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서죠.”

여연은 끊임없이 사회 속 주요 의제를 발굴하고 고민하며 대중과 소통하고자 한다. 더 나은 여성의 삶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외치고 주장하며 부조리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이처럼 여연이 가진 단체색깔은 김금옥 대표의 삶을 들여다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사진=최유진 기자 strongman55@)
(사진=최유진 기자 strongman55@)

김 대표에게 ‘여성’에 관심을 가지고 여성 운동을 시작하게 된 이유를 물으니 재미난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여성 운동을 하게 된 이유는 제 이름 덕이죠. 어릴적 ‘금옥’이라는 이름이 너무 싫어서 개명해달라고 식음을 전폐하고 데모하는 수준으로 떼를 썼어요. 그러자 부모님께서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키우자. 여성이지만 차별받지 않도록 소중하게 기르자’라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고 말씀하시면서 달래더군요. ‘내가 굉장히 사랑받는 아이구나’라는 것을 부모로부터 확인하는 순간 자존감이 굉장히 커졌습니다.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스스로 규정하면서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죠. 마치 악의무리 제거반처럼 부당한 것은 못 참고 어디서도 기죽지 않는 당찬 아이였어요”

옛말에 ‘사람은 이름대로 산다’고 했는데, 그 때문일까. 그는 대학 시절 여성으로 차별받지 않고자 총여학생회를 만들고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대학졸업 후 전북여성단체연합 활동을 하며 전북 군산 대명동과 개복동 성매매집결지 화재참사대책위를 이끌었고, 성매매방지법 제정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내가 시작했던 운동의 결과를 본다는 것은 보람이고 가슴 뭉클한 일이에요.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겐 큰 축복인거죠. 내가 원했던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믿음만이 이 업을 지속하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여성 운동이 ‘성매매’라는 의제를 만들어 냈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진상규명을 했죠. 이후 성매매방지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법안을 만들고 발의했고 2004년에 법안이 통과됐어요. 이처럼 여성 운동이 여론화되고 사회적 지지와 설득을 얻어 입법과정까지 가는 데는 험난한 투쟁이 따릅니다. 결국 사회 변화는 운동의 영향력과 역량이 만들어내는 것이에요.”

이후 김 대표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국장과 사무처장을 하다 2010년 여연 대표가 됐고 6년째 여연을 이끌고 있다. 친화력이 워낙 좋고 포용력이 있어 여성 운동의 지지자와 후원자를 만드는 일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여성미래센터 건립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최근 김 대표에게도 고민이 생겼다.

“여성 운동이 위기를 맞고 있어요. 그간 여성의 지위향상과 인권보호라는 공통의 어젠다로 다양한 단체가 연대해 여성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애썼고 법제도 개선도 이뤄졌지만 여전히 성불평등은 심각한 상황이죠. 여성 운동의 자원도 소실되고 있죠. 현실적인 문제인데, 활동가들의 생활을 보장하고 삶에 대한 비전을 세울 수 있게 도우려면 재정이 있어야 해요. 최소한의 활동 조건을 만들어야죠. 대표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지 고민입니다.”

김 대표는 인터뷰 동안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90%의 연대를 통해서만이 희망을 만들 수 있다며 청년들이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타인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아닌 다 같이 행복하고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지혜로운 해법을 찾아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제20대 총선 이후 국회에 요구하는 핵심 젠더과제 내용이다.

1.「양성평등기본법」을 「성평등기본법」으로 명칭과 내용을 전부개정

2. 최저임금을 평균임금의 50%로 인상하고 최저임금 위반 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

3. 상시지속업무의 신규채용은 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은 정규직화

4. 국공립어린이집을 30%로 확충

5.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

6. 공공임대주택을 30%로 확대

7. 주거정책 의사결정기구에 청년할당을 실시

8. 몰래 카메라 유통 사이트 처벌 법제화

9. 스토킹 범죄의 처벌을 법제화

10. 가정폭력 목적조항을 개정하고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를 폐지

11. 성매매 여성을 비범죄화

12. 미군 ‘위안부’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

13. 국회의원 비례대표 의석을 전체 의석의 1/3로 확대

14. 지역구 30% 여성 공천 의무화 및 강제이행 조치 마련

15. 방송통신위원회, 공영방송 이사에 여성 30% 할당

16. 남북여성교류를 저해하는 5.24조치 해제

17. 환경과 지속가능발전 정책 결정구조에 여성 40% 참여 보장

18. 이주여성의 취업 이동의 자유와 체류권 보장

19. 여성장애인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기본법 제정

20. 양육비 이행 강제조항 강화 및 국가의 양육비 선 지급 범위와 금액 확대

21. 「여성농어업인육성법」의 실효성 확보

22. 북한이탈여성의 제3국 출생자녀에 대한 법적 지위 보장

23. 성적지향 ㆍ성별정체성을 차별금지 사유로 예시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제정

24. 역사교과서 국정화 철회

25.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안 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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