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의 미디어버스(media-verse)] 트럼프와 강용석

입력 2015-08-27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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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기획취재팀장

도널드 트럼프가 다음 미국 대통령이 될 수도 있을까. 황당하다 단정 말고 찬찬히 들여다보자.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사람들 가운데 ‘돌연변이’ 같은 존재는 늘 있게 마련인데 이번엔 부동산으로 재벌이 된 도널드 트럼프다.

도널드 트럼프는 괴짜다. 돈이 많아 괴짜 짓을 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트럼프는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NBC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를 10여 년간 진행했다. 일자리를 얻고 싶은 젊은이들이 나와 대결을 벌이는 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넌 해고야”(You’re fired)란 말을 유행시키기도 했다. 최근 멕시코인에 대한 막말 등으로 자신이 해고당했지만 그가 아쉬울 게 뭐 있겠나 싶다. 이 TV 프로그램 출연으로 얻은 건 확실히 많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었고 자주 봐도 이상하지 않은 친숙함 또한 얻었다. 말하자면 ‘그가 워낙 괴짜이니까 저런 막말도 하겠지’란 전제를 시청자들의 머릿속에 심은 셈이다.

게다가 ‘트럼프 현상’이라 할 만큼 그의 막말과 독설에 미국인들이 지지를 보내기까지 한다. 수면 아래 잠겨 있던 미국인들의 인종적 우월주의를 살짝 건드리니 확 터지는 형국이랄까.

오버랩되는 우리나라 인물이 있다. 강용석 변호사다. 강 변호사는 최근 불륜 스캔들로 자진 하차하기 전까지 과연 변호사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을 만큼 많은 TV 프로그램에 나와 주요 진행자로 활동했다. 이 사람이 어떻게 방송 채널을 장악하고 있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다.

그는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성희롱 발언으로 당적을 박탈당했고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섰다가 떨어졌다. 그 이후 자신의 직업을 지렛대 삼아 ‘고소왕’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어느 순간 TV 프로그램에 나오기 시작했다. 자신을 일부러 비하하기도 하고 때론 똑똑한 모습을 보이는 그가 나오는 TV에 무방비 노출되다 보니 욕하던 사람들도 무심히 그를 보게 됐다. 강 변호사 스스로도 TV 출연을 통해 자신의 부정적 이미지가 희석됐고 이걸 발판 삼아 정치판에 다시 나서겠다는 말까지 했는데도.

신문들은 시청률에 눈먼 종합편성채널(종편)의 욕심이 빚어 낸 결과라고 지적한다. 그런데 신문도 자유롭지 않다. 인터넷판으로 쉴 새 없이 연예인들의 시시한 동향이나 눈에 띄는 사진을 복사해다가 나르면서 클릭 수와 방문자 수에 급급하지 않는 곳이 과연 있을까. 종편에 나온 강 변호사의 언행을 기사화하지 않은 곳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미국 언론들도 트럼프의 기행과 발언을 자꾸 기사화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에 빠졌다. 이민자 모독 발언 같은 경우야 미국 내 심각한 정치 이슈인 인종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를 시험할 근거라도 되지만 단순한 가십거리밖에 안 되는 발언까지도 다 전하는 게 맞겠느냐는 고민을 하는 언론이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트럼프 기사는 시청률과 클릭 수를 높이고 있을 것이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 요즘 같은 온라인 시대에는 글쓰는 사람 스스로가 게이트키핑(Gate keeping)을 하게 되므로 더 기본이 중요하다. 의제 설정(Agenda-Setting)도 마찬가지. 자주 노출되는 이슈나 인물은 어떤 식으로든 의제가 된다. 앞서 봤듯 ‘이미지 세탁’도 가능하다. 눈길을 끌기 위한 치킨게임 구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제2의 강용석’은 분명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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