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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국세청장·금융위원장·공정위원장...변호사 아닌 ‘그들’에 로펌이 거는 기대

치열한 법률 공방이 벌어지는 법정 뒷면에는 판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한다. 승소에 한발 다가설 수 있는 카드는 바로 로펌의 고문과 전문위원들이다. 한 분야에서 수십 년간 업력을 갈고 닦거나, 다양한 분야를 두루 거치며 안목을 넓힌 이들의 경험, 지식, 인맥이 모두 무기가 된다.

고문들은 사건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힘을 보탠다. 대형로펌 관계자는 “변호사들과 다른 경험을 갖춘 고문은 전문분야에 대해 변호사들이 알기 어려운 부분을 자문해주고, 대외적으로 변호사들이 설명하기 어려운 것을 설명해준다”며 “회의에 참여해 로펌에 들어온 사건에 대한 처리 방향에 관해 의견을 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고객의 요구수준이 높은 대형 로펌에 포진해 있는 고문들은 한층 다양한 경력과 전문지식을 자랑한다. 금융감독원 금융투자 담당 부원장보, 부원장을 지낸 김건섭 김앤장 고문은 증권 금융투자 분야 전반에 걸쳐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금감원 증권담당 부원장 출신인 전홍렬 고문, 한국은행 부국장, 금감원 총괄 담당 부원장보 등을 거친 임주재 전 주택금융공사장 등도 김앤장에서 활동 중이다.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역임한 전형수 고문은 올해 전직 국세청 공무원 모임인 국세동우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인맥 풀을 넓히기도 했다.

태평양에서는 국내금융, 국제금융 부서를 두루 거쳐 금융통으로 평가받은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금융 전반에 걸쳐 도움을 준다. 신 고문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의장, 국제금융협력대사 등을 지낸 바 있다. 아울러 기재부 국제금융국장과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 국책과제비서관 등을 거쳐 기재부 1차관,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 등을 역임한 허경욱 태평양 고문은 국제경제, 한국경제 국제금융 등에 대한 경험으로 금융기관 인허가, 해외투자 등 업무를 자문하고 있다. 노태식 전 금감원 부원장보는 비은행 분야, 은행 분야 감독 및 검사업무를 담당한 경험을 업무에 활용한다.

35년간 한국산업은행에 재직한 김종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는 2009년 광장에 합류해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윤영선 전 관세청장은 기재부 세제실장, 재무부, 재정경제부, 청와대, 관세청장을 거친 세제통으로서 조세업무 전반에 걸쳐 자문하고 있다. 올해 윤 고문은 기재부 세제실 경력 공무원 모임인 ‘세제동우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국세청, 재무부, 청와대, 국무총리실 등을 거쳐 금융, 조세 분야 전문가인 권혁세 전 금감원장은 율촌 고문으로 활약 중이다. 권태균 전 조달청장은 중동 등 해외 진출, 외국기업의 국내 투자 등을 지원한다. 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하기도 한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장은 율촌에서 기업 법무, 금융 등에 대해 자문을 하고 있다.

노대래 전 공정위원장은 조달청장, 방위사업청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세종에서 자문하고 있다. 재무부, 재경부를 거쳐 금감원 수석부원장, 한국수출입은행장,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을 역임한 김용환 고문은 지난해 세종에 합류했다. 또 KB금융지주 초대회장을 역임한 황영기 고문은 지난해 2월 한국금융투자협회장 임기를 마치고 다시 세종 고문으로 복귀했다.

로펌이 이처럼 화려한 경력을 가진 전관을 고문으로 모시는 데는 여러 계산이 깔려있다. 이들의 전문지식과 영향력을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김제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공개한 ‘전관예우 실태조사 및 근절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에 따르면 변호사, 법원·검찰의 일반 직원 등은 ‘영향력을 이용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믿음’(45.4%)이 전관 변호사 선임을 권고하는 가장 큰 이유로 나타났다. 형사사건 소송경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도 연고 관계와 영향력을 이용해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전관 변호사를 선임했고(53.8%), 좋은 결과를 얻었다(61.5%)는 답변이 다수를 차지했다.

비 변호사인 고문과 전문위원을 찾는 이유도 전관 변호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다. 한 대형로펌 고문은 “기업만 하더라도 지적재산권이라든가 제약 분야라든가 여러 가지를 필요로 하다 보니 전문성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로펌에서) 적극적으로 접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 분야를 보강하는 점도 있지만, 인맥을 고려하기도 한다”며 “필요한 곳에 접촉할 때 아는 사람이 있는 것이 좋을 수 있고, 기업들도 인맥이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덧붙였다. 또 “꼭 그 사람이 관련 분야를 잘 알지 못하더라도, 고문 영입을 통해 전문성 있는 사람에 대한 정보, 특정 인물의 성향·관심사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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