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관세 전쟁… 복잡해진 韓 산업계 속내

입력 2019-06-02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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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이 최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멕시코 등을 압박하기 위한 무기로 ‘관세’를 꺼내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기 않기 위해서는 고도의 복합방정식을 풀어야 손실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2000억 달러(약 239조 원)어치에 대한 관세를 25%로 올렸다. 미국의 조치는 중국산 제품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중국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한국 제품 또한 유탄을 맞게 됐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이원석 차장은 “중국에 생산거점을 두고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과 중국이 원산지인 제품을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의 관세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경제분석회사인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모든 중국산에 관세 25%가 부과될 경우,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애초 예상치에서 0.65%포인트 정도 하락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 성장률은 0.42%포인트 감소할 전망이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경제 성장 둔화는 우리나라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현대경제연구원은 미국이 중국 전체 수입의 10% 규모인 500억 달러 규모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의 대중 수입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은 282억6000만 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번에 미국은 현대경제연구원 추산의 4배에 달하는 2000억 달러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매겼다. 산술적으로는 우리나라 기업이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는 얘기다.

다만 중국 제품과 경쟁하는 기업은 확대된 관세율 격차를 적절하게 활용할 기회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제품의 경우 미국에서 평균 14.7%의 관세를 부담하지만, 한국 제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할 경우 평균 관세율이 0.4%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멕시코 관세를 인상할 경우, 우리나라 자동차와 가전 업계도 이해타산을 따져봐야 한다.

미국은 멕시코가 불법 이민자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이달 10일부터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모든 상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고, 10월까지 25%로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작년 말 기준 멕시코에는 203개에 달하는 한국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이중 107개가 제조업체다.

멕시코에서 TV와 냉장고 등 가전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과 LG는 지난해와 올해 미국에 세탁기 공장을 준공했는데, 향후 TV와 냉장고 공장을 추가로 건설할지 여부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는 월풀의 가격경쟁력 영향도 관심사다. 월풀은 삼성이나 LG전자보다 많은 냉장고를 멕시코에서 생산한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속내가 복잡하다. 미국 정부가 멕시코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멕시코 공장에서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기아차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한다.

하지만 멕시코에는 기아차 뿐 아니라 제너럴모터스(GM), 닛산, 피아트크라이슬러, 폭스바겐 등 기아차 경쟁사들도 대규모 생산기지를 현지에서 가동중이다.

이 밖에 미·중 무역분쟁이 미국의 자동차 무역확장법 232조 등 다른 통상 현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의 강경한 기조를 이어가 자동차에도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다면 한국 수출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무역확장법 등을 막기 위해선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기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미국과 중국·멕시코 등 다양한 국가가 얽혀있는 관세 전쟁을 막기는 쉽지 않아 기업들의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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