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미국에 필요한 바이러스 방역법

입력 2018-10-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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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연 국제경제부 기자

혐오는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다. 환경만 조성되면 언제든 창궐한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강한 사람이나 다수가 집단으로 표현할 때, 전염병처럼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확신한다. 유력자 입에서 나오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비하는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정당성’과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인종과 난민에 대한 차별 금지라는 금기를 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이 신호탄이 돼 혐오 바이러스가 확산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 내 증오 범죄가 10% 가까이 늘었다. 백인우월주의와 정치적 극우주의 단체들은 호기롭게 시위까지 벌이며 전면에 등장했다.

혐오는 언어적 수사에서 멈추지 않고 실질적 폭력으로까지 발현됐다. 27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백인우월주의 사상을 가진 남성이 “유대인은 사탄”이라고 외치며 유대교 회당에 총기를 난사했다. 24일에는 또 다른 백인우월주의자가 흑인 두 명을 살해했고, 이달 내내 민주당 의원과 진보 인사들이 폭발물이 든 소포를 받았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 세력을 결집하는 과정에서 당파적 정쟁을 넘어 인종과 이념에 대한 혐오와 배척을 노골적으로 선전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들이 폭력 언저리를 아슬아슬하게 줄 타는 사람들에게 암묵적인 ‘승인’의 신호를 주는 것을 넘어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잇단 증오 범죄와 정치권의 과격한 언동이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에도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민주당 폭탄 소포는 자작극”이라고 주장하며 더 똘똘 뭉칠 기세다.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혐오’ 바람에 정당성이 더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혐오는 사회에서 끊임없이 변이된다. 다양한 존재가 공존하는 사회라면, 혐오는 결코 사라질 수 없다. 자신과 다른 것에 느끼는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는 혐오가 퍼질 때 느꼈던 절망과 고통을 기억하며, 또 기억할 필요가 있다. 20세기 초 반(反)유대주의, 1950년대 특정 사상에 대한 혐오, 1960년대 흑인에 대한 혐오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되새기는 것. 현재 무차별적 외국인 혐오가 창궐 조짐을 보이는 미국에 필요한 최고의 방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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