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굳이, 지금

입력 2018-07-09 14:01 수정 2018-07-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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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무 산업1부 기자

▲안경무 산업1부 기자.
▲안경무 산업1부 기자.
국내 대기업 A사는 최근 때아닌 거래처 향응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회사의 재무부서가 업무 수행 과정에서 카드사로부터 호화 여행을 비롯한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사내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기됐기 때문이다.

A사는 업황 악화로 수년간 직원 연봉을 동결해 와 직원들의 불만이 가뜩이나 쌓여 있던 상태였다. 특정부서 향응 의혹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사측은 이례적으로 “호화 여행은 없었지만, 해당 행사는 거래처(카드사)와의 네트워크 강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사측이 입장을 밝힌 그날, A사의 익명 게시판은 다시 한번 떠들썩했다.

회사 관계자에게 실제 향응이 있었는지 물었다. 이 관계자는 “해당 부서가 거래처와 관계 차원에서 이뤄지는 행사에 참여한 것”이라며 “다른 기업들도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니 직접 확인해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하는 카드업계에 확인해 보니, 일부 카드사가 법인고객 관리 차원에서 여행을 포함한 고객 행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A사와 유사 사업을 영위하는 B사에도 관련 내용을 물었다. B사도 A사와 마찬가지로 연봉동결ㆍ구조조정 등을 진행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업계에서 카드사와 관계 형성 차원에서 (여행 등) 행사가 있긴 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오해의 소지가 생길 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뉘앙스였다.

제품을 팔려는 기업이 실적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제품을 구매하는 기업 역시 ‘네트워크 형성’ 차원에서 행사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는 정상적인 기업 활동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왜 회사가 임직원 연봉을 동결하고 복지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회사가 업황 악화 등 어쩔 수 없는 외부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면이 크겠지만, 너무 과도한 비용을 지출해서는 아닐까. 향응과 접대를 받는 과정에서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된 것은 아닐까.

구조조정 기업이 되살아나려면 정직하고 깨끗한 기업 문화부터 정착돼야 한다. 이런 처절한 반성이 없으면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구조조정 기업은 특히 되살아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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