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칼럼] 중요한 건 ‘내 문제의 해결’이다

입력 2018-01-0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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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는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훨씬 더 높다. 벤처가 크게 활성화한 미국에서도 실패율은 75% 이상이다. 한국에서는 굳이 통계를 들여다보지 않아도 그 이상의 위험이 있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어떤 기대를 갖고 창업을 진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이다. 벤처가 실패하는 이유는 창립자가 열정이 없거나 모든 자본을 털어 넣고 밤낮으로 고민하며 위험 부담을 지지 않아서가 아니다. 기술을 몰라서, 소프트웨어를 못 만들어서, 디자인을 못 해서도 아니며 좋은 아이디어에 투자를 원하는 관심과 자금이 모자라는 척박한 경제 상황 때문도 아니다.

벤처는 시장을 충분히 고찰하지 않고, 시장이 원하지 않는 아이디어를 진행할 때 실패한다. 여기서 아이디어란 ‘문제’의 ‘해결방법’을 말한다. 실제 스타트업들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 중 하나가 아무도 느끼지 못하는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것이다.

벤처를 추구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가진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여기서 자신은 좀 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나 자신을 포함한 친구 등 내가 잘 아는 인간관계,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집단이라고 보면 적절하다.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일상에 감추어진 불편에 관심을 쏟는 게 중요하다. 아이디어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타인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것이라면 모든 노력과 방법을 동원해 그들처럼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해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즉 그것이 자신의 문제가 되어야 한다.

자신에게 불편한 문제가 중요한 이유는 그 문제가 존재한다는 증명이기 때문이며, 자신이 느끼는 불편과 난점(難點)을 해결하려 노력해 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 문제가 불편하다면 문제 해결의 적정한 방법을 못 찾았거나, 그동안 찾아본 방법들이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솔루션을 찾으려면 내가 그 솔루션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고 결론이 나는 상황이면 훌륭한 시작점이 되겠다.

2017년 11월 7일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 상장한 스티치 픽스(Stitch Fix)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개인의 취향과 신체 사이즈에 맞춰 옷과 액세서리를 배송해 주는 서비스 업체다. 창업자는 서른네 살의 카트리나 레이크(Katrina Lake). 그는 직장생활과 대학원(하버드경영대) 학업을 병행할 때 검은색 드레스가 필요해 여러 쇼핑몰을 돌아다녔다. 수많은 드레스 중에서 원하는 것을 찾다 지치고 말았다. 한 벌의 드레스를 사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했던 경험, 너무 옵션이 많고,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온라인에서 쇼핑은 하지만 조언을 얻고 싶은 마음은 스티치 픽스의 창업 아이디어가 되었다.

인공지능이 소비자에 대한 탐색과 구매 데이터 분석을 거쳐 소비자가 좋아할 만한 옷을 추려내고,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이 중 5가지를 골라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 결과 바쁜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게다가 스타일리스트의 도움은 부자들만 받는다는 관념을 깨는 한편,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고 싶으나 고객을 찾기 어려웠던 많은 패션 전문가들에게 일자리를 부여했다.

무엇이든 문제점을 개선하는 출발점으로 아이디어는 꼭 필요하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가 현실성이 부족한 계획도와 실험실의 시제품에 머무르는 경우는 너무나도 많다. 다음 칼럼에서는 이 점을 고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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