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말] 인사청문회, 그 돌고 도는 싸움

입력 2017-07-1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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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걸 청문회라고 계속해야 하나?” 국회 인사청문회를 보며 느끼는 기분이다. 네 편 내 편 나누어 싸우는 데다 ‘내로남불’, 내 편이 하면 로맨스, 네 편이 하면 불륜이라 우긴다.

때로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국회의원들이 측은해 보이기까지 한다. 특히 방어하는 쪽이 그렇다. 로비성 돈을 받은 것도, 표절을 하고 음주운전을 한 것도 모두 ‘로맨스’로 감싼다. “정말 저렇게 생각해서 저러는 건 아니겠지?” 그저 딱하다는 생각만 든다.

묻고 따지는 쪽도 그렇다. 역시 ‘내로남불’, 사실이 어떠한지는 어차피 큰 관심사가 아니다. 문제가 될 만한 것은 무조건 키우고 본다. 그러는 사이 국정운영 방향이나 후보자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질문은 저 뒤로 가 버린다.

국회의원들만 그런 게 아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진영 논리에 빠져 ‘내로남불’한다는 말이다. 심지어 지식인 집단과 시민단체들까지 그런 경향을 보인다. 진보, 보수 운운하며 진영을 형성하고는 사실 관계보다는 패거리 정치 논리를 앞세운다.

이번 경우도 그렇다. 현 정부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은 일부 후보자들의 명백한 잘못과 허물에 대해서도 눈을 감았다. “그게 무슨 죄냐?” “너희는 얼마나 깨끗하냐?” “반대하는 국회의원들부터 내쫓자!” 언론 기사에 댓글을 달고, SNS 메시지를 퍼 나르고, 국회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날렸다.

정부를 지지하는 진보적 지식인들과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 여기저기 들이대던 엄한 잣대들을 거둬들였다. 스스로 진영 논리나 정치권력과의 연대에 갇혀 있음을, 그래서 그들에게 있어 진실과 옳고 그름의 문제가 더는 중요하지 않음을 증명했다.

보수성향의 반대 집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잘 걸렸다. 끝장을 보자!” 후보자들의 잘못과 허물을 사실 이상으로 부풀리기도 하고, 이 부풀려진 내용을 퍼다 나르기도 했다. 더 나은 국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해, 또 이를 통해 현 집권세력에 타격을 주기 위해서였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잘 알다시피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잘 정비되지 않은 험한 세상을 살아왔다. 비유를 하자면 비포장의 울퉁불퉁한 흙길을 걸어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신발과 옷에 흙이 묻기도 했다. 상식에 어긋난 일도 하고, 법을 어기기도 하며 살아왔다는 말이다.

조심스레 걸어와 흙이 묻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또 그런 사람들을 공직에 임명해야 되겠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 깨끗하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국정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깨끗함만을 강조한 ‘고위 공직자 배제 5대 기준’을 지나친 욕심이라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답답하니 허물과 잘못을 점수화하자는 등 별의별 대안들이 다 나온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깨끗한 사람을 찾는 것만이 아니다. 정부 스스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국가 발전 비전과 전략을 갖추는 일이 먼저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흙이 좀 묻은 후보자라 하더라도 왜 꼭 임명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해낼 수 있어야 한다.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과 집단 또한 마찬가지이다. 흙을 흙이 아니라고 우겨서는 안 된다. 나라를 위해서도 그렇고, 스스로의 자존심과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그렇다. 정부로 하여금 앞서 말한 비전과 전략을 갖추도록 하고, 또 그렇게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이들이 해야 할 일이다.

야권이나 이들을 지지하는 국민, 집단들 또한 흙이 묻었다는 사실만으로 거부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훗날 자신들이나 자신들이 지지하는 세력이 집권했을 때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진다. 공격과 수비만 바뀔 뿐 ‘내로남불’의 고리를 끊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들 역시 흙이 묻었음을 비난하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나름의 국가발전 비전과 전략을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공직 후보자의 신상(身上) 문제와 역량을 평가하는 일이다. 적당히 봐 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거부를 하더라도 그 이상의 큰 이유로 거부를 하라는 뜻이다.

언제까지 이 돌고 도는 싸움을 계속할 것인가? 답답한 마음에 다시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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