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회장님 위험해요!

입력 2017-03-3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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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2부 차장

“한국 대통령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다.”

헌정 사상 첫 전직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지 3주 만입니다.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고 밝힌 날, 중국의 최대 소셜미디어인 웨이보 역시 이를 큰 이슈로 삼았습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두 나라가 감정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나아가 ‘어떡하면 한국을 좀 괴롭혀 줄까’를 고민하는 그들에게 적당한 소재였겠지요.

웨이보에는 “한국 대통령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이라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현지 관영언론이 이를 인용해 보도할 만큼 그들에게도 이슈였습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한참 이전에도 ‘5공 비리’가 있었고, 전직 대통령들이 아들 탓에 곤욕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검찰 조사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통령도 있었으니까요.

우리 역사가 이를 고스란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대통령의 위험성’을 애써 부인할 수도 없는 처지가 돼 버렸습니다.

우리가 일본을 향해 ‘올바른 역사의식’을 외치는 이유는 뚜렷합니다. 바른 역사의식이 현실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음은 물론, 다가올 앞날을 대처할 수 있는 밑그림이 되기 때문이지요. 이제껏 역사와 오늘 이 순간을 바라보면 우리의 전직 대통령들 모두 그 자리가 위험한 직업임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됐습니다. 물론 누구도 “다음 대통령부터는 안전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전직 국가원수이자 국군통수권자의 상황이 이 지경인데 기업 총수의 사정은 어떨까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기업 그리고 총수의 지위가 흥망(興亡)하고 성쇠(盛衰)할 수 있으니 숨죽여 지켜보는 일밖에 도무지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사정기관은 뇌물죄 성립을 판단하고자 ‘대가성’ 여부를 파헤친다고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아이고 굳이 대가까지, 그냥 건들지 말아 주시면 그게 가장 감사하죠”를 읊조릴 만합니다.

하물며 민간 기업은 어떨까요. 공기업에서 민영화가 된, 그야말로 정권의 입김에 이리저리 휘둘릴 수밖에 없는 ‘주인 없는 기업’들, 나아가 이 회사를 이끄는 최고경영자의 자리는 얼마나 안전할까요. 회사 지분 가운데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시 못할 수준이니,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자리임은 분명합니다.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KT 내부에도 많지 않습니다. 청와대의 전화 한 통에, 생전 들어보지도 못했던 인물을 주요 직책에 채용하는 일이 당연하게 이뤄졌고, 나라를 뒤흔드는 국정농단의 한 축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역사에 뚜렷하게 기록될 ‘헌재 판결문’에까지 등장한 기업이 됐습니다.

민영화 이후 KT 회장 모두 ‘실적 향상 → 연임 → 검찰 수사 → 불명예 퇴진’이라는 공식을 오롯이 지니고 있습니다. 이제 누구도 “다음 회장님부터는 안전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훗날 KT가 오늘의 사사(社史)를 어떻게 기록할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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