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 임대아파트 투자자의 하소연

입력 2017-02-23 00:00 수정 2017-02-23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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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수익은 고사하고 3개월째 빈 방 상태

『최영진 대기자의 현안진단』

지난 2014년 10월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에 들어서는 미군대상 임대주택용 브라운스톤 아파트를 분양받은 김모씨는 요즘 밤잠을 못 이룬다.

분양 당시 준공과 동시에 임대를 알선해 매달 200만원 가량의 임대료를 받게 해주겠다는 분양업체 직원의 얘기를 듣고 선뜻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임대는 커녕 입주 3개월 째 빈집 상태여서 그렇다.

분양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으나 자기는 회사를 그만둬 상황을 모르겠다며 건설사에 문의해보라는 퉁명스런 대답만 돌아왔다.

기분이 상해 아파트를 팔려고 했지만 시세가 분양가보다 2000만원 가량 떨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다.

더욱이 미군에게 임대를 놓으려면 가구·침대에서부터 커튼·에어컨 등 필요한 시설을 다 갖춰야 해 그 비용만도 1000만원이 넘는다.

게다가 임차인이 바뀔 때 마다 상당 부분 새로 갈아줘야 하고 연 임대료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중개업자 관리 수수료로 빠져나가 임대주택사업이 속빈강정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런 처지에 놓인 사람이 어디 김씨 뿐이겠나. 브라운스톤을 비롯해 팽성지역 미군 임대용 주택을 구입한 투자자들 가운데 적잖은 사람이 이런 입장이 아닐까 싶다.

미군 이전사업이 1~2년 늦어져 공급에 비해 임대수요가 턱없이 부족한 게 원인일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미군 주택 임대사업에 대한 투자 전망이 과대 포장돼 이에 현혹된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인터넷에서 팽성 브라운스톤을 비롯해 미군 임대주택 관련 내용을 찾아보면 온갖 장밋빛 얘기로 가득 차 있다. 관련 블로그는 그렇다치고 신문ㆍTV 기사에서도 주택 구입을 부추기는 내용이 적지않아 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쉽지 않다. 말이 기사지 판촉용 광고성 기사가 다반사이고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미끼용 지뢰가 곳곳에 깔려있다. 부동산 중개업소의 조언도 주택 판매에 무거가 실려 가려 들어야 한다.

이같은 판촉용 홍보기사가 비단 팽성권에서만 범람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 분양되는 아파트·상가·오피스텔 등의 분양 현장에는 이런 사례가 난무한다.

부동산에 투자해 큰 돈을 번 사람도 있으나 투자 잘못으로 임대 수익은 고사하고 관리비 등 생 돈을 물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노후대책을 위해 있는 돈, 없는 돈 다끌어다가 안정적인 월세가 나온다는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웨딩홀 지분을 분양받은 사람들은 사업자가 망하는 바람에 은행 이자에서부터 관리비를 부담해야 할 처지다.

부산의 한 백화점 지분 투자자도 근 10년간 임대수익을 한 푼도 못받는 입장이다.

이같은 상황에 놓인 부동산이 전국 각지에 늘려 있다는 소리다. 앞으로 경기가 더 나빠지면 수익형 부동산 투자자들의 아우성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게 뻔하다.

아파트나 오피스텔과 같이 주거용은 설령 가격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져도 처방의 여지가 있다. 여차하면 본인이 들어가 살면 된다.

하지만 큰 상가건물 등을 여러 명이 함께 한 구입하는 이른바 지분 투자 상품은 건물 구입 때 받은 대출금이 공동 책임으로 돼 있어 임대 수익으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 투자자가 고스란히 이를 떠 안아야 한다. 대출금 이자에서부터 건물 관리비 등을 다 책임져야 하는 구조여서 잘 못된 부동산 투자로 인해 쪽박 신세로 전락될 수 있다는 의미다.

불경기 때의 부동산 투자는 그만큼 위험 요소가 많다는 얘기다. 수요는 자꾸 감소하는 데 공급은 늘어나니 수급이 맞을 리가 없다. 주변에 대형 복합상가가 들어섰다고 하자. 이를 이용하는 고객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곳의 수요가 이쪽으로 빠져나온다는 뜻이다. 이는 경쟁력이 떨어지면 고객 이탈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지금도 각지에서 상가를 포함한 수익형 부동산 상품이 투자자를 호객하고 있다.

분양업자 말만 믿고 덜렁 구입했다간 평생 부동산에 코가 꿰어 불면의 세월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

불확성 시대의 부동산 투자는 사전에 철저한 점검과 예리한 분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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